[사설] (23일자) 국민복지구상과 실천과제

서울 강남지역의 소비수준은 선진국을 능가하지만 공원, 체육시설, 도서관 등 문화시설은 형편없다. 하물며 저소득층의 사회복지헤택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드디어 정부도 가만이 있을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부가 지난 21일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최저생계비 전액지원,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확대, 의료보호대상자 대한 의료지원강화 보육시설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국민복지기본계획안을 확정한 것이다. 김영삼대통령도 "삶의 질향상"을 강조했지만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은 우리경제력에 비춰볼때도 지금의 국민복지수준이 열악한 것은 부인할수 없는사실이다. 그리고 이처럼 경제력과 국민복지수준의 불균형이 심화된 까닭은 지난 30여년동안 계속된 불균형성장및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수 있다. 제조업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지원과 수출주도의 고도성장덕분에 생활수준이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촌인구의 도시집중, 환경오염심화, 교통체증및 주택난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다. 경제성장이 진행될수록 삶의 질저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걷잡을수 없이 커저 더이상 "성장지상주의"를 용납할수 없게 됐다. 또한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본연의 임무인 사회복지, 환경, 교통,보건의료 등 공공재의 공급확대및 품질향상에 힘쓰기 보다는 공기업운영이나민간기업규제 등 시장개입에 더 치중한 것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를 위해 애쓰고 삶의 질향상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록 정책방향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며 어떻게 해야 정책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더욱 없는 형편이다. 예를 들면 이번 한탄강 폐수방류사건에서 보듯이 예방을 위한 노력은 포기한채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돌팔이의사가 병주고 약주는 격이다. 의료보험조합은 왜 통합되지 못하고 불팰요한 자리만 만들면서 농어촌지역의 취약한 의료보험재정을 방치하고 있는가. 의료지원강화, 과잉진료등 의료보험관련 비리단속등 할일이 태산같은데 보건복지부는 한양약싸움이나 부채질하고 값비싼 한약재를 국가에서 전매하겠다는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다. 미리 말하지만 환경보호나 사회복지확대 그리고 의료혜택강화와 문화시설확충등을 핑계로 관련부처가 조직확대나 정원증가 그리고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허용돼서는 안된다. 일단 환경오염이 되면 원상회복에 몇배의 비용이 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관련당국은 현재의 인원과 조직으로 문제예방및 상황개선에 최선을 다해야하며 민간자본유치를 통해 효율적인 자본조달을 꾀해야겠다. 특히 과거에도 여러번 경험했듯이 이같은 계획이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공약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