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그룹 회장들 외부강사로 뛴다" .. 강단 '새 스타'

안병균나산그룹회장 나승렬거평그룹회장 이순국신호그룹회장 박성철신원그룹회장 박성수이랜드그룹회장... 신흥중견그룹 회장들이 강단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그룹회장이라는 타이틀 못지않게 "명강사"로도 유명하다. 일정 시간을 배정받아 정기적으로 강단에 서는게 아니라 짬짬히 특강에 나서는 정도지만 그들의 인기는 지성의 상징으로 통하는 대학교수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 강연에 자주 나가지 못하지 요청은 일주일에도 두세차례씩 들어온다"(나산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것. 그중에서도 외부특강 회수가 많은 사람은 안병균회장. 안회장은 지난 한햇동안 모두 17회의 특별강연을 했다. 올들어서는 벌써 13회나 강단에 섰다. 강연대상도 신문배달원에서부터 대학생, 신입사원, 대학원에 재학중인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달에만도 그는 언론사지국장 광주교대생 세종대 경영대학원생등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외부강연에 인색했던 나승열거평그룹회장도 최근 강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3일 중앙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중소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변화대응적 기회경영-거평의 성장과정과 전망"이란 주제로 처녀특강을 한 것. 외부강연은 올들어 시작했지만 외부로부터의 특강요청은 작년부터 쇄도했다고 설명했다.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신호그룹의 이회장도 지난달 15일 카네기클럽의 조찬간담회에서 "나의 기업경영노하우"란 제목으로 강연한데 이어 이달 14일에는 경총 주최의 조찬세미나에서 "기업생명체론"을 골자로 하는 자신의경영철학에 대해 강연을 했다. 신호 관계자는 "경총 상공회의소 대학교 등에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강연요청이 들어오지만 회사일 때문에 상당부분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라고말했다. 신원의 박성철회장과 이랜드의 박성수회장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자주 나간다. 신흥중견그룹의 회장들이 이처럼 강사로서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그들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일푼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견실한 기업을 만들어낸 자수성가형 인물인만큼 그들의 경영철학이나 노하우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아주 높다"(경총연수부 박성준씨)는 것. 강의 내용도 좋지만 수강생들에게 희망과 도전의식을 심어줄 수있다는 점에서 그들을 초청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그들이 강사로서 인기를 누리는 게 특이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청중을 휘어잡을 만큼 실제로 강연을 잘 한다는 점도 있다. 안병균회장의 경우엔 중앙대에서 객원교수로 위촉받았을 정도로 강의실력이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흥그룹 회장들이 강사로서 인기를 누리는 것은 비슷하지만 강연내용이나방식은 서로 크게 다르다. 안회장이 "가방끈이 짧지만..."하는 식으로 중퇴학력을 공개하고 강연을 시작하는데 비해 국졸로 학력이 비슷한 나승렬회장은 학교에 대해서는 일절언급을 하지 않고 자신의 기업경영사와 경영철학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간다. 또 기업인수의 명수인 신호그룹의 이순국회장은 주로 기업이 부실해지는 이유와 정상화시키는 방법등을 테마로 삼는다. "자연인이 생명이 있는 것처럼 법인도 생명을 갖고 있는만큼 쉽게 사라지지않는다. 따라서 언제든지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 한편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 젊은 층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신원의 박성철회장과 이랜드의 박성수회장은 기업경영에 기독교문화를 접목시킨 독특한 경영관을 자주 펼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연대상도 대부분 대학생등 젊은 층이다. 그룹회장들의 외부강연은 이들 회사가 신흥그룹인 만큼 그룹이미지 제고에도 한몫을 한다. 대학생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 특히 자주 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그룹회장이 직접 기업PR에 나서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