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소송 결말까지 2~3년 더 끌듯 .. 한국중공업 재심 청구

서울 영동사옥 소유권을 둘러싼 한중과 현대간의 법정공방이 "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5월 28일 대법원이 현대측 손을 들어 주면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였던 이 분쟁이 한중의 재심청구로 원점부터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로써 영동사옥의 "주인 찾아주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결말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중 민영화도 사옥분쟁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어려워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우선 한중의 이번 법적대응으로 지난 8년여를 끌어온 영동사옥 분쟁은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중은 작년 패소한 서울고등법원의 2심 소송에서 현대측 증인들이 허위로 진술을 함으로써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이들을 위증혐의로 고발했다. 예컨대 2심에서 현대측 증인들이 "한라건설(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정인영씨 1인 회사가 아니었다"고 증언한 것등은 당시 정황에 비춰 명백한 위증라고 한중은 주장했다. 이런 증언때문에 대법원 판결에서 "영동사옥 매각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 흠결"로 한중이 결국 패소했다는 것. 따라서 이들의 위증이 입증되면 지난해 서울고법의 한중 패소판결도 문제가 있다는 게 한중측 논리다. 한중은 이 소송의 재심청구시한인 지난 25일 이미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놓았다. 그동안의 판결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2심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한중은 영동사옥이 원래부터 현대양행(현재 한중) 소유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별도의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영동사옥은 지난 70년대말 현대양행이 부지를 직접 사들여 건설을 추진한 것으로 단지 절세를 위해 당시 한라건설에 명의신탁을 해 둔 것이라는 게 한중측 주장 요지다. 때문에 형식상 한라건설 명의로 돼있던 영동사옥에 대한 소유권은 실질 소유자인 현대양행에 환원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게 확인되면 그동안 소송의 쟁점이 됐던 "한라건설이 영동사옥을 현대양행에 파는 과정에서 생긴 절차상 문제"는 논란 자체가 무효라고 설명한다. 역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한중의 이같은 "강경대응"으로 인해 영동사옥 분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95년 서울고법 2심 판결후 대법원 최종판결이 지난 5월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만 최소 1년이상을 끌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위증고발건과 명의신탁해지건이 모두 해결되려면 2~3년은 족해 걸릴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만약 한중이 이번 법적공방에서도 패소할 경우 현대측에 "각종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다. "한중은 이번 소송에서 지더라도 현대를 상대로 영동사옥 인수때 지불한 매입비용과 각종 세금반환등 7가지 사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박운서한중사장은 밝혔다. 영동사옥분쟁이 2~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정부가 당초 추진했던 한중 민영화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영화를 하려면 자산재평가가 필수적인데 싯가로 3천억원을 넘는 영동사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의지가 최근 상당히 후퇴한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 한다. 통산부 관계자는 "사옥분쟁이 재연된데다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공기업 민영화보다는 경영혁신을 강조했는데 한중 민영화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어쨌든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한중사옥 분쟁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