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신조류 경영 새흐름] 종합상사, CIS '2차상륙' 작전

[ 모스크바 = 임혁기자 ] 국내 종합상사들이 러시아를 비롯한 CIS(독립국가연합)지역 투자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지역이 2000년대 새로운 거대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미리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신규 사업이 주춤했던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주)대우 LG상사 등 국내 주요 종합상사들은 CIS 투자로 돌파구를 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러시아 정부 등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영 기업의 인수나 지분 참여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대규모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90년대 초 정부 차원의 대소경협을 등에 업고 다투어 진출을 시도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종합상사들이 전열을 재정비,"2차 상륙"을 타진하고 있는 것.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은 1일 모스크바 메주드나로드나야호텔 소빈센터에서 현지 진출 종합상사 주재원들이 국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물산측은 세계 10대 동광산중의 하나인 카자흐스탄 국영제스카스칸 동콤비나트의 지분 25%를 인수키로 하고현지 당국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미 이 광산에 1억달러를 지원했으며 이 곳에서 생산되는 동을 국내에 반입하는 한편 유럽을 비롯한 제3국 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다. 삼성은 이밖에도 CIS지역에서 산림.가스 등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아래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해주 스베틀라야에 5천만달러를 투자, 원목개발에 나서고 있는 현대종합상사는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1억달러를 투자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지하2층. 지상11층규모의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키로 하고 최근 공사에 들어갔다. (주)대우는 모스크바 소재 모스크비치에 자동차 합작 공장을 세우는 한편 1억달러를 투자,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있는 국영 알루미늄 공장을 인수하는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중이다. 이 알루미늄공장은 여의도넓이(약90만평)에 모공장과 생산단계별 부대공장이 들어서 있다. 대우는 이 공장의 인수를 위해 지난 4월 국내외 전문가 20명으로 조사반을 구성,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LG상사는 러시아 사하 자치공화국의 야쿠츠크지역에 5백만달러를 투자해 석탄(에렐 유연탄광)개발 사업에 참여키로 하는 한편 동 및 알루미늄 광산 개발 등 자원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주)쌍용도 쌍용제지와 함께 시베리아 펄프공장에 지분 참여키로 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한편 종합상사들 외에 제조업체들의 러시아 지역 투자 진출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LG 삼성 대우 등 가전 3사의 경우 CIS를 핵심 전략지역으로 설정, 유통망 확충과 현지 공장 건설 등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LG는 오는 2003년까지 2억달러를 들여 러시아 등 역내 4개 지역에 TV VTR 냉장고 오디오 등을 생산할 복합공장을 짓는 외에 현지 마케팅 강화를 위해 판매법인을 대폭 보강키로 했다. 삼성은 현재 3개 뿐인 물류 거점을 연내 7개로 늘리고 물류체계도 전산화하기로 했다. 대우는 향후 5년 내에 CIS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올초 모스크바에 CIS지역 본사를 설립, 역내의 5개 생산 및 판매법인을 통합 관리키로 했다. 종합상사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러시아와의 교역이 매년 50~90%씩 급신장하고 있어 오는 2000년께는 러시아가 한국의 5대 교역국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 된다"며 "러시아 대통령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교역과 투자사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