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인플레심리 확산을 경계한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3.8% 올라 연간 억제목표선(4.5%)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어제부터 석유류값 담뱃값과 서울 시내버스요금이 모두 올라 그렇지 않아도 팽배해 있는 물가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 있는가의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업계간에 견해를달리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경제흐름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비록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높아 경기연착륙가능성을 점치고 있거나 그런 기대를 하고 있지만 큰폭으로 늘어나는 국제수지적자에다 물가안정기조마저흔들리면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닿을건 뻔하다. 석유류값과 담뱃값은 교육세부과등으로 올릴수 밖에 없었고 서울 시내버스요금은 버스업계의 적자보전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값을 올릴 요인은 곳곳에서 나타날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인상요인을 경영개선등을 통해 자체 흡수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얼마만큼 했는가를 묻지 않을수 없다. 그동안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이런저런 눈치 살피며 인상시기를 연기했다가일제히 올리는 식을 반복했다.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은 크다. 또 서울시 각자치구들이 쓰레기 봉투값을 인상했거나 인상할 계획이고 자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교통요금과 상수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어서 공공요금이 물가상승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유류값 담뱃값 버스요금 인상으로 안정기조가 파괴된다고 볼수도 없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억제돼 왔던 요금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다른 품목의 가격인상을 부채질하게 된다면 인플레심리는 쉽게 확산될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고비용.저능률체제를 극복하지 않는한 국제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다. 고비용요인을 가격에 전가하기 보다 자체에서 흡수하려는 노력이 펼쳐지지않으면 성장도 국제수지개선도 물가안정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물가상승률은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91~95년까지 최근 5년간 소비자물가는 35.1% 올랐다. 같은 기간에 일본은 7%, 미국 16.6%, 대만 20.3%, 싱가포르는 13.5% 상승에 그쳤다. 90~94년간 제조업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15.8%인데 비해 일본 2.4%,미국 3.3%, 대만 9.6%였다. 사정이 이러한데 무슨수로 경쟁력을 높여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물가를 안정시킬수 있는가. 앞다투어 값올리는 일에 매달리고 그런 과정에서 특히 교통요금등 공공요금을 올릴때마다 서비스개선 등을 되풀이 강조만해 왔다. 이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성을 올리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임금상승률과 생산성증가율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 증가율도 우리는 미국 일본 대만등 주요경쟁국에 비해 가장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물가상승, 임금상승의 구조적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않고 인상요인이 생기면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일은 반복하다간 경제위기는 닥친다.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강화되기는 어렵지만 안정기조가 흔들리는데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 경제운영을 하더라도 안정을 다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걸 다시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