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C 대경쟁시대] (10) 롯데그룹 기조실장에게 듣는다

롯데그룹은 2000년대 초 재계 5위권 진입을 꿈꾸고 있다. 현재 석차는 10위. 이 두자릿수 콤플랙스에서 벗어나자는 게 롯데의 ''21세기 목표''다. 전략은 기존의 유통을 ''확장''하면서 새 업종을 맞아 들인다는 것. 전술면에서 유통시장 개방에는 외국시장 적극 공략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수출 최전선은 미래 식품들이 맡는다. 새로 맞아들일 업종으로 금융 정보통신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군침이 도는 것은 역시 담배인삼공사다. 한.일 ''브리지 경영''으로 덩치를 키워온 롯데는 이들 사업에 자신만만해 한다. 사실상 재계 5위권안에 진입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나 납세 실적 종업원 생산성 등을 합친''종합생활기록부''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21세기초 롯데는 과연 재계 5위권 앞에 붙는 ''사실상''이란 수식어를떼어 버릴 수 있을까.=================================================================== [ 만난사람 = 유화선 -롯데그룹의 21세기 비전이랄까 전략은 무엇입니까. 김병일실장 = 제 3차 산업에서 지배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식품부문에선 특히 계열 4사를 모두 다국적 종합 식품 회사로 키운다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21세기로 향하는 롯데의 길은 서비스화와 세계화로 요약할 수 있지요. -유통부문의 서비스화와 세계화는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하고 있지요. 김실장 = 한마디로 말해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곳이 유통의 세계입니다. 대형할인매장 편의점 통신판매 등 신업태 출현은 경연장을 방불케 할 정도고요. -신업태가 본격 등장하면 백화점은 아무래도 사양 사업이 되는 것 아닙니까. 김실장 = 영향을 받겠지요. 일본에서도 미쓰코시 등 유명 백화점들이 최근 몇년간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백화점이 서구식 양판점 편의점 할인매장 등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롯데의 대비책은 무엇입니까. 김실장 = 우리는 마트 형태의 대형 할인매장과 CVS(편의점)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당장은 독자 브랜드보다 외국 업체로부터 경영 지도를 받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벤치 마킹 대상이라고 할까, 아무튼 월마트가 우리의 표본입니다. 합작 사업도 추진중입니다만. -월마트의 강점은. 김실장 = 월마트는 미국 전역과 전 세계를 통괄하는 물류기지를 미아칸소주에 갖고 있습니다. 발주와 납품관리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있지요. 납품 업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발주 업무를 합리화하는등 정보관리에 힘쓴 결과였다고 합니다. 80년대 챔피언 유통 업체였던 시어스 로벅이 몰락한 것도 정보력 측면에서 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롯데의 정보력은 어느 수준이라고 평가합니까. 김실장 = 일본 롯데까지를 포함해 우리 그룹은 "생정보"라고 할까, 현장 정보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우선 매장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모은 롯데만의 기초 정보가 풍부합니다. 또 롯데 칠성과 제과의 수송 차량만 해도 7,000여대나 됩니다. 롯데리아의 경우 한국에 200여개,일본엔 300여개 점포 체인망을 갖고 있고요. 모두 정보 네트워크인 셈이지요. 유통이 곧 물류고 이는 바로 정보 통신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는 기업이 롯데입니다. 우리는 이런 현장 정보의 집약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룹내에 부가가치 통신망을 구축하고 자신이 붙으면 일반 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힐 생각입니다. -유통시장에서 일어나는 가격 파괴 현상도 정보관리 혁명에 원인을 돌릴 수가 있겠지요. 김실장 = 그렇습니다. 월마트는 최신 정보 기술을 활용한 결과 매출액 대비 20%가 넘던 판매관리비를 15%이하로 낮췄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격 인하 "룸"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가격파괴가 나타날 수 있었던 몇가지 요인중 하나가 정보관리 혁명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몇가지"라면 가격 파괴를 가져온 또 다른 요인은 무엇입니까. 김실장 = "보더리스 경제" 진전과 규제완화가 복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중국과 동유럽 국가 등 저임금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대경쟁 시대로 들어선 영향도 컸고요. 아무튼 가격파괴는 미국 일본 유럽등 지구적 규모로 형성되고 있는 물가, 즉 "글로벌 프라이싱( global pricing )"에서 나온 세계적 현상이지요. -미국이나 일본에선 가격파괴 돌풍의 주역이 PB(자주기획브랜드) 제품이라고도 합니다만. 김실장 = 유통업자가 메이커와 공동 또는 단독 기획으로 내놓는 저가격의 PB 제품이 가격 파괴를 주도해온 것은 틀림없습니다. 월마트와 스토어즈 크로거 랠프 등 소매업체들의 한해 매출액 가운데 절반을 PB가 차지할 정도니까요. 저가격 PB의 출현이 NB(전국적 브랜드)의 가격 붕괴를 가속화시켰다는 얘깁니다. -롯데의 PB 상품은 어떻습니까. 김실장 = 잘 팔리는 편이긴 해도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닙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명세가 강한 NB를 유독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21세기로 가면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제 2롯데월드 건설은 21세기나 가야 되는겁니까. 김실장 = 그렇지 않습니다. 빨리 서둘러야지요. 2002년 월드컵이나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행사들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제 2 롯데월드 같은 관광 레저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다만 서울시와 해결 안된 문제들이 있어서 시간을 좀 끌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문젠가요. 김실장 = 가장 큰게 교통혼잡 해소책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점입니다. 잠실 지역은 성남 분당 방면 교통과 강동 지역 교통량이 합쳐져 매우 심각한 상태거든요.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 대중교통수단을 적극 활용토록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롯데는 한.일간 "브리지 경영"으로도 유명합니다만 기타 지역해외사업에선 아직.... 김실장 =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에선 이미 천안문 롯데리아가 화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에 껌 하나만으로 어느정도 팔고 있는지 아십니까. 연간 8,000만달러나 됩니다. 롯데의 해외 전략이 말씀대로 지금까지는 한.일간 브리지 경영이었다면 앞으론 중국에까지 연결하는 "일-한-중 브리지 경영"을 실현할 겁니다. 업종은 물론 백화점에서 햄버거까지 말입니다. -식품 유통외의 사업분야는 어떻습니까. 김실장 = 석유화학 등 기초 제조업을 확대해 나가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금융업에도 진출할 겁니다. 식품 유통 등 주력 업종들을 위해서도 금융이 꼭 필요하거든요. -신규 사업과 관련해서 말씀입니다만 롯데는 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될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김실장 = 부인은 않겠습니다. 담배인삼공사는 외형으로 봐도 롯데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수에 자신 있습니까. 김실장 = 최선을 다해야 겠지요. 신격호회장께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롯데는 일본에서 번 돈을 한국에 가져와 사업을 하는 브리지 경영에 탁월한 만큼 신규 사업에 들어갈 자금의 조달 같은 건 전혀 문제가 안되겠지요. 김실장 = 롯데는 실패해도 갚을 수 있는 범위안에서 투자를 합니다. 그걸 회장의 사업 철학이라고 보면 됩니다. -신회장은 어떤 분입니까. 김실장 = 회장께선 업계 1위를 고수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강합니다. 원가나 비용관리 제품개발 서비스교육 등에 관한 세세한 것 까지도 신경 쓰고 꼼꼼하게 챙기시지요. 이런 노력들이 모이면 기업의 생명력이 강해지고 장차 사업이 잘 된다고 강조하시곤 합니다. -김실장은 후계 구도에 관한 회장의 의중을 읽고 있을텐데요. 김실장 = 본인께서 아직 건강하신데요. 말씀이 없었습니다. 장.차남들은 일본 롯데와 한국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장자승계 원칙만은 정해져 있다고 봐도 됩니까. 김실장 = 장차 결정이 되겠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