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미 통상압력 지나치다' .. 대선의식 잇단 무리수

미국이 한국에 대한 통상공세에서 잇달아 "무리수"를 두고 있어 국내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5일 통상산업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철강제품의 반덤핑 조사에서 국내철강업체들에 일본 등 제3국에 대한 수출가격을 제출토록하는 등 관례를 깬 요구를 하는가 하면 민간기업의 통신장비 구매에 정부가 간섭하라는 식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 한국정부의 쌀 수입 입찰결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상식 밖의 통상공세를 취하고 있다. 통산부는 이에따라 미국정부의 한국산 철강제품 반덤핑 연례재심중 무리한 조사내용에 대한 한덕수통상무역실장 명의로 항의서한을 미상무부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통산부는 이 서한에서 미상무부 조사단이 반덤핑 실사를 하면서 한국업체들에 내수가격이 아닌 제3국 수출가격 명세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미반덤핑 조항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3일 방한한 미상무부 조사단은 포철 포항강재 포항도금강판 동부제강 연합철강등 국내 5사에서 반덤핑 실사를 벌이면서 한국정부가 물가관리를 위해 철강제품 가격결정에 개입하고 있는지 여부와 제3국 수출가격과 대미 수출값의 격차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은 또 최근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통신업체들이장비를 구매할때 외국산을 차별하지 않도록 정부가 서면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라는 압력이어서 국내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미키 캔터미상무장관은 지난달말 방한때 박재윤통산부장관에게 조달청이 올해분 쌀 수입량(7만1t)에 대한 최저가 입찰을 실시해 중국산을 수입키로 한데 대해서도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었다. 이와함께 미국 통신업계는 포철 한전 LG 등 한국 7개사의 일부 지분출자업체인 넥스트웨이브사가 최근 42억달러 규모의 미국 PCS(개인휴대통신)사업권을 따내자 사업권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며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 건의문을 보내는 등 한국업계의 미통신시장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통산부 관계자는 "미국정부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상대로 한국에 대한 파상적 통상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제관례를 무시한 요구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