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내용 빈약한 관광진흥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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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은 굴뚝없는 수출산업이다. 특히 외화가득율이 제조업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아 과거 경제성장에 필요한 외자조달이 급했을 때에는 정부가 앞장서 관광산업진흥을주도했었다. 그러나 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몇년전부터는 관광산업을 통한 외화획득보다 해외여행으로 인한 외화지출이 더 많아졌으며시간이 갈수록 관광수지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85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의 3분의1에 불과했던 내국인 해외여행객수는 90년에는 절반수준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382만명으로 외국인관광객보다 7만명이나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 90년에만 해도 흑자였던 관광수지가 지난해에는 3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어 5월말 현재 외국인 관광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줄어든 147명인데 비해 내국인 해외여행객수는 23.5%나 증가한 182만명이며 적자폭도 5억3,000만달러로 지난해적자규모를 훨씬 넘었다. 특히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수출품의 수출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국제수지 개선대책의 하나로 관광수지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장관이 어제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주재로 열린 관광진흥 확대회의에서 관광진흥 10개년계획을 보고했고 재정경제원이관광산업 지원대책을 보고하는 등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보고내용을 보면 관광상품및 서비스부족 물가고와 교통난 관광숙박시설의 부족 등을 관광산업의 취약점으로 꼽고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조성확대 관광시설용 부동산취득에 대한 규제완화 숙박시설의확충 등의 지원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화를 한다면서 다시 옛날처럼 해외여행을 규제할수는 없다. 일부 관광객들의 과소비나 몰지각한 행동도 시간이 가면 시정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국내관광산업의 진흥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관광산업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친절한 인심, 특색있는 문화및 토속상품이 판매상품이다. 그런데 이렇다할 문화행사가 없고 관광지마다 바가지상혼이 극성이며 교통체증마저 심하니 어떻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올수 있겠는가. 외국인 관광객은 커녕 내국인들마저 국내관광지를 외면하고 신혼여행이다. 효도관광이다 하며 해외로 나가는 실정이다. 4대강을 비롯한 전국각지의 수자원이 썩어가고 대도시의 스모그현상으로 맑은 하늘을 구경하기 어려우며 물가고와 교통난에 찌든 서민들에게 어떻게관광산업을 진흥하라는 말인가.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지원대책이랍시고 관광단지개발을 위한 부동산취득이나 숙박시설확충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와서 보고 들을 것이 없는데 호텔만 많이 짓는다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오리라고 기대하는가. 중앙박물관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가짜문화재가 판치는 마당에 어떤 문화행사를 내세울수 있는가. 관광상품은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양산되는 것이 아니다. 깨끗한 환경과 틀잡힌 생활여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유있고 친절한인심및 역사와 문화를 아끼는 진정한 세계화만이 우리의 관광산업을 살릴수있는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