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몽골 할아버지 .. 김의재 <서울시 행정1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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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는 인구 60만의 초원속에 자리잡은 아담하고,이제 막 발전을 시작하는 도시다. 이 도시는 우리 천만수도서울의 자매도시가 됐고 그 도시 중심가로중 하나에 서울의 거리모습을 재현해달라는 그곳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종합안내간판 버스승차대 보도블럭등을 설치하고 "서울의 거리"를 조성하게 됐다. 참으로 잘한 일 같다. 이달 초순 몽골건국 790주년과 혁명 75주년을 기념해 울란바타르시장과 시의 주요간부및 유지들, 서울시대표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울문화정보센타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수크바타르광장옆 건물에 문을 염으로써 울란바타르시민은 누구나 서울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우리 일행은 공식행사를 마치고 울란바타르부시장의 안내를 받아 한 유목민가족이 사는 천막집(겔)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가족의 원로인 할아버지는 85세였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남이냐,북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남에서 왔다는 대답에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며 지난 6월 몽골선거에서 민주연합이 대승을 거둔 사실에 흐뭇해하면서 "앞으로 몽골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한국이 도와주고 서로 형제와 같이 가깝게 지내면 좋겠다"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85세 노인이 총기도 좋고 정치적 식견과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저렇게 총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구 200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233달러지만 그들은 예의가 바르고 친절하며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이 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원형대로 잘 보존하면서 질서있게 살고 있는 듯했다. 현재 1인당 10마리 가축을 갖고 있지만 지금같이 부지런히 일하면 머지않아 1인당 100마리, 더 발전하면 1,000마리의 가축을 소유할 날도 멀지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귀국하는 비행기속에서 국내 신문에 실린 낯뜨거운 범죄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이 이렇게 타락할 수 있는가 생각하면서 우리가 초고속발전과정에서 잃은 우리의 문화예절과 전통윤리의식을 하루빨리 되찾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겠구나 싶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