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장세순씨 .. '추한 한국인' 저자
입력
수정
일본의 식민지지배를 미화한 "추한 한국인"의 저자로 그간 오해받아온 장세순씨(66)는 17일 "일본의 저명한 논객인 가세 히데아끼씨로부터 내가 "추한 한국인"의 저자가 아니라는 점을 밝힌 각서를 받게되어 사실규명이된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가세씨와의 각별한 인간관계 때문에 자신이 "누명"을 쓰고있었음에도 이를 석명하지 못했다며 지금에서야 전말을 밝히게 된 이유를설명했다. 지난 83년 도일, 김치와 윷놀이 등 한국민속연구와 강연 등으로 유명세를 올리게 된 장씨는 "일본 체류중 주로 "요미우리신문.일본TV문화센터"를 이용해 강연을 해왔는데 자연스럽게 당대의 필객인 가세씨와 사귈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세씨는 그를 선생님으로 호칭했다고 한다. 냉전시대이후의 세계질서재편과 다국적기업의 역할에 대한 장씨의 폭넓은 식견때문으로 "나중에는 나의 열렬한 팬이 됐을 정도였다"는 장씨의 회고다. 나카소네내각시절 나카소네수상의 외교고문을 맡았을 정도로 일본의 정계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가세씨와의 교분은 계속 이어졌다. 국적을 뛰어넘은 "사제"의 정이 깨진 것은 "추한 한국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책이 중견출판사인 광문사에서 출판되면서부터. 93년 3월 동경에서 문제의 "추한 한국인" 초판이 나왔을때 그는 자신이 일본에서 처음 발표한 반딧불이론등을 인용한 점을 보고 가세씨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세씨와의 인간적인 관계때문에 적극적으로 이를 해명하지 못해오다가 "추한 한국인"저자를 규명하는 모임 (대표 김순용) 등이 결성되면서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씨는 "결국 가세씨와의 인간관계는 더이상 예전만 못하겠지만 이번 필화사건이 우리시대의 한.일관계를 이해하는 "교재"가 됐으면 좋겠다"고덧붙였다. 한국인에 의한 한국비판서라는 선전과 함께 평론가 박태혁이란 한국인이름으로 출판된 이책은 23만부나 팔리는 등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일 양국에서 저자의 실체를 놓고 논란을 빚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