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73)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75)

"쯔쯔, 이제 불이다 꺼졌습니다" 의원은 가사를 진맥해보더니 혀를 찼다. "몸이 다시 살아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력이 활활 타올랐소" 가사가 초췌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원을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는 애원의 빛이 담겨 있었다. 의원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를 우선 들려드리지요. 당나라 정관시대에 일흔이 넘은 한 노인이 손사막의원을 찾아왔습니다. 그 노인은 그런 고령의 나이인데도 정력이 너무 넘쳐서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상담을 하였지요. 대낮에도 정력이 솟구쳐 아무 여자하고나 교접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교접을 할때마다 지극한 쾌감의 절정에 다다른다고 하였지요. 그러자 손사막은 그런 현상은 등불이 꺼지기 직전에 확 타오르는 현상에불과한 것으로 벌써부터 조심을 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은것 같다고 진단을내렸지요. 아니나 다를까 그 노인은 손사막을 만난지 한달이 조금 지난후에 갑자기쓰러져 죽고 말았지요. 그러니까 내말은 대감님이 얼마전에 경험했던 그런 현상도 그 노인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말입니다" "아니, 그럼 나도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의원을 말을 듣고 보니 정력을 되살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것이 아닌가. 가사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자니,정력이니 하는 것에는 아예 미련을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거기에 미련을 가져보았자 몸이 다시 살아날리는 없으니 그런 것들로부터 초연해지도록 마음을 잘 다스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손사막을 찾아왔던 그 노인처럼 언제 죽음이 갑자기닥칠지 모르니까요" 오십 평생이 넘도록 여자를 아는 재미로 살아왔는데 어떻게 거기에 대한미련을 버리란 말인가.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라면 할수 없지 않은가. 가사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의원에게 물었다. "정말로 다시는 그게 살아날 가망이 없는 건가요?" "이제는 그런 질문조차 하지 마시고 깨끗이 미련을 버리십시오. 그것만이 대감님이 살 길임을 명심하십시오. 내가 드릴 말씀이 이것뿐임을 깊이 유감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의원은 자기 할일은 다 끝났다는 듯 몸을 일으켜 다른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였다. 가사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하늘 가득히 성적인 쾌감에 몸이 한껏 달아오른 언홍의 아리따운 나신이 출렁거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