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콜시장 개편의 의의와 한계

금융기관간에 단기운영자금을 거래하는 대표적인 단기자금시장인 콜시장이 개편된다. 재정경제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콜시장 개편방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울소재 8개투금사가 담당해온 금융기관간 콜중개업무를 전담할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가 신설돼 오는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밖에 제1 제2금융권의 콜시장이 통합되고 제2금융권에 "콜중개한도제"가도입되는 동시에 콜차입한도 초과분을 정리하기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주는것 등이 주요내용이다. 물론 이같은 개편안이 전혀 새로운것은 아니며 금융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되고 건의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들이 정책당국에 의해 채택돼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는 사실은 우선 단기금융시장의 왜곡을 시정하고 활성화시키며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통화관리방식을 금리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시한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금융시장개방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최근의 금융한경변화에 비추어 볼때 이같은 개편이 불가피하며 정책방향에도 맞다고 보고 환영한다. 다만 단기금융시장의 활성화및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방식으로 전환에 큰 기대를 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하며 몇가지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동안 콜자금을 거의 독접하다시피 해온 증권사의 투금사에 콜차입한도가 부과됨에 따라 기업에 대한 단기대출이 위축되고 주가가 떨어지며 채권금리가 오를수 있다. 또한 콜중개전담회사의 자기자본이 너무 적어 콜거래중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로 만성적으로 콜자금에 의존하는 일부 금융기관의 자금운용행태가 개선되고 콜시장이 단기자금의 일시적인 과부족을 조절해주는 본연의 기능이 회복될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중장기적으로도 콜금리를 지표로 하는 통화관리 방식이 도입되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것 같다. 비록 몇해전부터 재정경제원을 중심으로 금리하향안정에 초점을 맞춘 통화관리필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전제조건인 총액대출한도의 축소가 이뤄지지 않아 논의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콜시장이 활성화된다 해도 콜금리가 대표적인 시중실세금리이자 장기금리인 회사채유통수익률과 연계성이 강해지려면 양도성에금증서(CD),회사채 국공채등 다른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규제도 풀려야 한다. 아무리 금리하향안정이 급하다고 해도 회사채 발행물량축소 등의 창구지도를 계속하고 여신규제를 철폐하지 않는한 금리안정기조를 유지할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통화관리지표로 통화량과 금리를 함께 참고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는 인플레기대심리가 뿌리깊기 때문에 금융시장개방이 후에도 당분간은 통화량중심의 통화관리방식을 포기할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중심통화지표를 총통화(M2)에서 M2에 CD와 금전신탁을 합친 MCT로 바꾸는 일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콜시장개편은 금융시장정상화의 첫걸음이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남은 일은 주재없이 시장자율화를 앞당기는 일에 매진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