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직자의 발언

22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에서는 국세기본법개정안중 "비밀유지의 예외조항"(제81조)에 국회의 과세정보요구권을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놓고 재경원측과 야당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장재식(국민회의) 제정구의원(민주당) 등은 행정부의 일부기관과 사법부에만부여하고 있는 과세정보요구권을 입법부인 국회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의원은 "그동안 개인이나 개별기업에 대한 과세자료는 차치하고 소득세나 법인세에 관한 통계적인 자료를 요구해도 대부분 거부당했는데 이를 법적으로 정당화 시켜줄 수는 없다"며 강력 반대했다.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윤증현 세제실장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대신토록 했고 윤실장은 그 취지를 설명하면서 외국의 입법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야당의원들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분리해 과세하되 근로소득세는 대폭 경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세원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곤란하다고 하면서 이문제는 선진국의 예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대응했으나 분위기는 일단 재경원의 판정승으로 끝나는듯 했다. 나부총리가 다음 답변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이상수의원(국민회의)이 나섰다. "미국의 경우 내국세입법전 제6103조에 국회재정위원회나 조세위원회가 서면요청할 경우 특정납세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토록 하고 있는데 외국의 입법례가 없다는 설명은 무슨 얘기냐"고 따졌다. 난감해진 나부총리는 "그렇게 보고받았는데.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표하고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법안심사소위는 23일 개정안의 처리를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외국의 입법례가 있음을 알고도 없다고 했는지 정말 몰랐는지는 윤실장만이 알 일이다.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할 공직자들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못하고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