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노사현장을 가다] (3) '미쓰비시중공업'..'종신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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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최대의 조선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에는 오랜 전통이 있다. 정리해고형태로 근로자를 절대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87년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각 조선소마다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때도 미쓰비시만은 인원을 감축하지 않았다. 이같은 전통은 지난 79년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노사양측이 고용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워졌다. 노조측은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양보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미국 등 선진국의 "일시해고"나 감축경영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노조측의 선견지명이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가 나쁠 때나 회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면 노조측은 무리한 임금인상을 시도하지 않는다. 근로자들사이에서도 이같은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 지난해 2조7천억엔의 매출에다 2천억엔가량의 흑자를 올렸음에도 불구, 올초 타결된 임금인상액은 월 2천7백엔이었다. 92년에 9천엔, 93년 7천2백엔, 94년 4천7백엔 등 최근 몇년간의 인상분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의 인상액이다. 노조측은 당초 월 6천엔의 인상을 요구했으나 여섯차례의 교섭끝에 업계최고대우에 만족하며 양보했다. 당시만해도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던데다 올해 경기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시모노세키 나가사키 고베 요코하마등지에 대형조선소를갖고 있으며 근로자수는 4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가운데 지난 1857년 설립된 나가사키조선소는 군함 및 상선수리조선소로 시작해 이제는 세계조선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랐다. 연간 1백90만GT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며 세계최대의 해양증기터빈 제조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모든 측면에서 매머드급 규모를 지니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노사관계는 다양한 교섭과 협의채널로 특징지어 진다. 우선 사장단 및 중앙집행위원장단으로 구성되는 중앙경영협의회가 있다. 매년 3월과 11월 두차례 열리는 이 협의회에서는 기업동향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고 전반적인 노사관계를 체크하는 역할을 한다. 또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했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해 노조측의 요구가 있을 때 수시로 경영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앙안전위생위원회와 안전위생추진위원회의 활동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회사내 안전위생관리상황, 안전관리기구.제도. 조직의 관리, 안전교육훈련의 실시, 시설 및 부대설비와 관련된 안전대책,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교육, 업무상재해의 방지대책 등 실로 다양한 안전대책이 수립되고 집행된다. 각 공장별로 설치돼 있는 안전위생위원회에는 노조측 전간부가 매월 참석하고 있다. 노사양측이 현장패트롤을 통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제거하는가 하면 노조가 독자적으로 안전의식 계몽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하야시 가즈히로노조서기장은 "20년전만해도 한해에 1백건 이상의 산재가 발생했으나 지금은 10여건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산업안전문제는 생명존중의 원칙에 따라 노사가 상호협력해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노조는 산업안전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임자수는 1백명에 이르고 있으며 월평균급여의 2%를 조합비로 징수하고 있다. 회사에서의 지원은 일절 없다. 회사측의 지원을 받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부당노동행위"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노조간부들은 외부의 경영수련회참석, 개인공부, 스터디그룹 등을 통해 전문성을 배양해 나가고 있다. 조합원교육과 관련, 생애교육프로그램도 한창 개발중에 있다. 사단법인 일본조선공업회 호시 요시히로 노무과장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근로자들은 행복하다. 전체 근로자중 비조합원들이 75%에 이르고 있지만 노조는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의 마련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또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지역사회의 발전과 봉사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로 활동영역을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임금수준에 못지 않게 복리후생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는 요코하마와 나고야 등지에 8천4백가구의 사원주택을 건립했으며 독신자주택도 6천2백가구를 분양했다. 일본열도 전역에 21개의 호텔과 계약을 맺어 자사근로자들에 대해 50%의 요금을 할인토록 하고 있다. 기업내 건강보험조합도 있다. 갑작스런 사망이나 질병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공적부조 형태를 띠고 있는데 회사측이 65%, 개인이 35%를 부담하고 있다. 또 대학생자녀들에게까지 교육비가 지원되고 있으며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로 얻을 경우 무이자융자도 실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쓰비시 중공업의 근로자들은 평생 종신고용을 보장받으면서 이같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경영진들은 안정된 노사관계를 통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