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 '성능 좋아도 디자인 나쁘면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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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 디자인은 과학기술과 함께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가되었다. 과학기술이 평준화됨에 따라 이제 산업디자인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마법사인 것이다. 우리보다 임금수준이 훨씬 높은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경우 우리는 이제 사양산업이라고 외면하는 섬유제품과 신발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의 경우 섬유와 신발업체중 많은 수가 도산하고 있지만 대만조차 여전히 우리보다 수출실적이 30억달러가 많고 수출에서 경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2배가 넘는 65%나 된다. 또한 첨단제품의 경우도 기술선점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또한 구매력의 중요 변수이다. 우리나라 가전과 승용차, 컴퓨터의 경우 성능에서 뒤지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서 뒤처져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볼펜 하나를 보아도 우리의 경우 12센트이지만 디자인선진국 제품의 경우 100달러나 호가한다. 곧 디자인이 좋으면 품질까지도 좋은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의 기준이 디자인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산업디자인은 기술개발에 비해 적은 투자 및 짧은 기간에 상품의 경쟁력을높이는 훨씬 경제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영국의 Design Council의 자료를 보면 디자인에 소요되는 비용과 이익은 제품출하후 평균 15개월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경제는 1만달러소득, 1,000억달러 수출을 이룩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산업디자인 수준은 경쟁국에 비해 낮다. 이는 1,000억달러수출 시대에 산업디자인에 대한 투자와 개발로 수출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산업디자인은 필수적 전략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디자인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했을때 40~50% 수준이며,경쟁국인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70~8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디자인 개발의 50%가 OEM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체개발 비중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정부도 지난 93년 신경제 5개년 계획속에 산업디자인발전 5개년계획을세워 "산업디자인 주간"을 선포하고 94년부터 5월2일을 산업디자인의 날로 제정하는등 늦게나마 각종 산업디자인 진흥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디자인개발의 산실인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은 매년 기업에 대한 산업디자인 진단.지도.개발로 3,000여개업체를 지도하고 있으며,외국의 산업디자인 전문가 100여명을 초청하여 우리나라 상품의 세계화에도일조하고 있다. 또한 "산업디자인전람회"를 비롯 "초중고생 전람회" "서울세계우수산업디자인박람회"등을 개최하고 있다. 85년부터는 GD(Good Design)마크제를 시행, 국민들의 산업디자인에 관한 관심과 그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따라 93년까지 1%에 머무르던 GD마크 인지율은 그후 급상승하여 94년에는 29%, 95년은 46%에 이르렀으며 올해는 5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 시장은 올해 4,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의 이름을 짓는 네이밍 라이터에서부터 로고 심벌 등 CIP에서부터 직접 상품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무한히 널려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 시장이다. WTO체제하에서 이제는 모방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시키는 DR(디자인라운드)까지 몰아닥칠 기세이다. 이제 OEM방식의 수출로는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모두 외국 디자인회사의 디자인과 상품이 범람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디자인회사가 보통 수천개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96년7월 현재 68개사의 공인 산업디자인전문회사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어 지방기업은 물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근래에 우리나라에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 디자인혁명시대를 얘기하며 디자이너들이 기업의 이사에까지오르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은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상품을 제조한 나라의 이미지까지도 결정하는 이미지상품이 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전통문화를 바탕으로한 산업 디자인 상품을 개발, 세계인의 생활속에 살아있는 한국 상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산업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