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과거혼인 숨긴 아내 폭행..남편, 위자료 지급 판결

이미 결혼해 딸까지 둔 사실을 숨기고 재혼한 여자와 이를 이유로 아내를 구타한 남편중 어느 쪽이 결혼파탄의 책임을 져야할까. 서울 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김능환 부장판사)는 31일 과거에 혼인해 딸까지 낳았던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박모씨(35.여)가 이를 문제삼아 자신에게 욕설과 구타를 해온 남편 김모씨(37)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지급청구소송에서 "김씨는 박씨에게 위자료 1천만원과 재산분할로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거의 결혼경력이나 딸의 존재여부 등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혼인관계의 형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그러나 이를 이유로 아내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고 구타하는 등 박씨를 부당하게 대한 김씨측에 결혼파탄의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의 딸이 박씨의 오빠에게 양육되고 있어 결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이를 이유로 박씨를 구타, 아내로 하여금 집을 나가게 한 김씨의 잘못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 88년 박모씨와 결혼할 당시 과거에 이미 결혼해 딸을 출산해 오빠가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씨로부터 모욕과 구타를 당하자 가출, 소송을 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