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건영 3자인수에 생각한다

몇년전부터 우리경제의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불안요소중의 하나가 주택건설업계의 부실화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아파트미분양이 쌓이면서 업계의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이에따라 금융권의 여신 축소내지는 대출회수가 추진돼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꼽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덕산 유원 우성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설업체들의 도산(도산)이 줄을 이었으며 이번에는 도급순위 21위인 중견 건설업체 건영의 제3자 인수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자금악화설이 유포됐고 지난 4월과 7월초에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긴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은 충분히 반영됐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한 전체 건설업계및 금융권이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느냐는 당면과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관련업계와 정책당국은 산업구조조정의 차원에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 가랑잎 하나에 계절의 변화를 안다는 옛말도 있지만 주택건설업체의 잇따른 도산은 우리경제의 환경변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충분히 시사해 준다고 하겠다. 그 변화는 한마디로 부동산 신화의 붕괴및 시장원리의 관철이라고 요약될수 있다. 지난 80년대말 "3저호황"때 많은 국내 기업들은 부동산값 폭등에 힘입어 엄청난 외형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주택건설업계는 "주택200만호건설을 틈타 보유부동산확대에 급급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의 거품이 빠지고 주택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앞서 지적한 악순환에 빠지게 된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주택건설업체 부도사태는 충분한 시장조사와 견실한 경영의 뒷받침 없이 땅값차익만 노리고 방만한 경영을 한 주택건설업체의 자승자박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주택건설물량의 목표달성에 급급했던 건설당국의 무원칙한 정책탓도 크다. 이렇게 볼때 부동산투기의 거품제거및 부실기업정리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건설시장개방에 따라 전체 건설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설계 감리 자재 개발기획 등 어느것 하나 탄탄한 기반없이 시공경험만으로 버텨온 우리건설업계로서는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국내시장마저 지키기가 쉽지 않으며 자칫하면 대규모 도산사태가 일어나지말란 법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금융권의 부실채권처리도 갈수록 까다로워질 것 같다.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하라말라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성처럼 부도를 낸뒤에도 연쇄부도를 막기위해 자금지원을 계속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시도하는 부도전 제3자인수가 과도적으로 새로운 해결책이 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끝으로 정부는 산업구조조정으로 정리가 불가피한 많은 한계기업의 처리를 어느정도까지 시장자율에 맡길 것인지, 중소기업및 해당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