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임웅식 <현대자동차 수출정비1팀장> .. '검우회'

"아얏! ......딱!" 기부름과 검을 내리치는 소리를 들으며 도장을 들어선다. 사람과 일에 부대낀 일과를 마감하고 한사람 두사람 회사앞 "운현도장"으로 모여든다. 일상에 찌든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어 젖히고 도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임 또 다른 세상에 들어온다. 머리에 쓰는 호면과 두건을 가지런히 앞에 놓고 무릎을 꿇고 묵상을 통해 기를 모은다. "허리, 허릿, 머리 ......" 정확히 상대의 허리나 손목, 머리를 베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는 보이지 않는 저편으로 사라진다. 검을 통해 도를 익히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현대자동차 본사 사우들을 중심으로 검우회를 만든 것이 어느 덧 일년이 다 되어같다. 검도에 뜻을 같이한 몇몇 직원이 모여 신입회원 모집공고를 부치고,우리는 매스컴의 위력을 절실히 느꼈다.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열풍과 함께 몇몇 광고에서도 검도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비치자 전화문의가 빗발쳤고 회원수는 300명에 육박하는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여직원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도로서 검을 다루는 사람들을 원했지, 한순간의 유행처럼 번지는 검도를 바라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3~4회 2시간씩의 수련을 견뎌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은 여성회원 다섯명을 포함해서 마흔명 남짓이 "검우회"를 구성하고 있다. 유단자도 일곱명이나 되어 수련중에는 진지함을 넘어 긴장감 마저 흐른다. 모든 검도인이 그러하겠지만, 현대자동차 검우회도 도와 예를 강조한다. 검과 몸과 마음이 일치된 동작을 만들어 내는 "기검체"를 익히며,검의 원리를 이해하고 습득하여 올바른 검의 사용을 이끌어 내는 "검리"를 무엇보다도 중요시 한다. 검이 결코 나무작대기가 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또한 잔칼을 지양하며, 큰칼을 우선으로 한다. 시합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자기 수양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수련하고 있다. 육체와 정신강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나는 주저없이 검도라고 말할수 있다. 지금은 회사에서 우리 검우회 사람들의 얼굴만 보아도 마음이 가라앉고 힘이 솟는다. 검우회의 오늘이 있기까지 고문으로서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수출정비실 오정택 이사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저희에게 기꺼이 도장을 제공해준 운현도장과 전 직원의 사랑과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