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3년] 금융자산 실명화로 '절반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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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3년이 지났다. 실명제 3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모아진다. 초기엔 비록 혼란이 있었지만 무리없이 정착돼가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자금거래관행은 물론 정치 사회적관행에도 실명제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게 사실이다. 이런 바람은 이제 일상생활로 정착돼가고 있는 것도 부인할수 없다. "개혁중의 개혁" "정의사회구현을 위한 첫걸음"등의 온갖 수식어를 달고 시작된 실명제에 대해 그리 박한 점수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어쩌면 때이르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을 가지고 "실명제가 정착됐다"고 속단하는건 다소 성급하다. 금융실명제의 완결판이라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올해야 시작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정착여부가 판가름나기 전에는 금융실명제에 대한 어떤 평가도 유보해야 마땅하다. 금융실명제가 추구했던 점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금융자산의 실제주인을 명확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소득에 따라 실제주인에게 세금을 공평히 매기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융자산의 실제주인을 찾는데만 실명제의 초점이 맞춰졌다. 실명제에 대한 평가도 금융자산의 실명화정도와 실명거래관행의 정착정도를 근거로 이뤄져왔다. 이는 절반의 평가에 불과하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정당히 부과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만 온전한 평가가 가능하다. 이렇게보면 지난 3년간 금융실명제는 "연습"에 불과했다. 본게임은 지금부터다. 연습이 잘됐다고 해서 본게임도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종합과세가 "공평과세"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 제대로 이뤄져야만 연습도 빛을 발한다. 그러자면 종합과세가 별다른 부작용없이 이뤄지도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종합과세예외대상을 가능한한 최소화해야 한다.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종합과세대상과 지난 93년 발표된 종합과세대상은 상당히 다르다. "예외없는 종합과세"라는 당초의 취지가 탈색된게 사실이다. 금융기관에서 급격한 자금이탈이 일어나는걸 방지하기위해서, 선의의 예금자를 보호하기위해서,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을 기하기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종합과세예외대상은 늘어만 갔다. 오는 10월부터 시판되는 비과세 가계장기저축과 근로자주식저축도 저축유도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역시 종합과세에서 제외돼 "거꾸로 가는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식이라면 고만고만한 중산층들만 종합과세에 걸려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자산이 실물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하는 대책도 지속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정부에서는 물론 지난해 부동산실명제를 실시,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안된다. 벌써부터 부동산값이 들먹거리고 있다. 골동품등의 사재기도 만만치않다는 소식이다. 행여 종합과세를 피해 실물부문으로 돈이 이동, 기업의 핏줄이라는 돈이 돌지 않는다면 실명제는 안하느니 못하게 된다. 철저한 세금부과를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연간 4,000만원이상의 금융소득(이자및 배당소득)에 대해 누진적인 종합과세를 매긴다는 원칙이 차질없이 실행될수 있도록 인원 장비등의 확충이 필요하다. 먼저 차명거래의 합법화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는 실명제아래서도 얼마든지 차명거래를 할수 있다. 이름을 빌려온 사람과 빌려준 사람을 처벌할 어떤 조항도 없다. 두 사람간에 적당히 합의만 하면 아무리 검은돈이라도 차명예금에 숨어있을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차명예금을 방지할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경직된 금융거래비밀보호조항도 문제다. 현재 실명제긴급명령 제4조에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는 금융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제공해서는 안되며 누구든지 금융기관종사자에게 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다보니 검은돈이나 범죄에 관련된 돈에 대한 정보조차 외부에 알리면 실명제를 위반하는 아이러니도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공공적 목적일 경우엔 비밀보호조항을 완화하고 개인의 금융거래일 경우엔 비밀보호를 강화해야한다. "금융실명제는 우리가 마시는 물과 공기를 깨끗이 해주는 것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것입니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93년8월12일 실명제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연 실명제가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인지는 지난 3년이 아닌, 앞으로 3년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