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앞세워 4자회담 설득..김대통령 8.15 경축사 담긴 뜻

8.15 대통령경축사는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와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남북한간 경제협력 등 실천방향을 구체화했다는데에 의미가 있다. 특히 이날 경축사는 대부분이 남북한간 평화와 통일문제에 할애돼 남은 임기동안 남북문제해결에 주력하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날 경축사의 초점은 남북관계와 4자회담제의에 맞춰져 있다. 김대통령은 먼저 4자회담이 선의의 제의임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의 안정을 원하며 북한의 고립을 원치 않고 일방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가지 큰 정책기조를 제시했다. 이런 기조천명은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무엇보다 흡수통일을 우려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기본합의서이행도 촉구했다. 4자회담의 의제도 구체화됐다. 김대통령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광범위한 문제"를 총론으로,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문제 군사적 신뢰문제 긴장완화 차원에서의 남북경협 등을 각론으로 각각 제시했다. 주목되는 점은 김대통령이 이들 각론중 남북경협문제를 북한이 요구한 4자회담에 관한 "설명"에 해당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대통령은 식량난문제와 관련, "앞으로 국제적 지원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며 근원적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의 농업생산성을 제고하고 장비대여 등을 통해 수해농지를 복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장.단기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나진.선봉지역에 대한 투자 남북교역확대를 통한 대북물자공급 한국관광객의 북한방문허용 등이 가능하다고 김대통령은 밝혔다. 이처럼 4자회담이 성사될 때 가시화될 수 있는 경협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기는 처음이다. 김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이처럼 유연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른바 "감상적 통일론"과 "일방적 시혜론"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된다는점을 지적했다. 한총련등 정부당국이 "이적성"을 검토중인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경축사의 핵심인 4자회담과 경협방안제시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보일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여전히 당국간회담을 통한 식량지원협의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식량난의 원인을 "주체농법의 실패"에서 찾기보다는 "일시적인 재난"에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남한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며 당국간 투자보장협정체결 등에 소극적이다. 다만 북한이 4자회담에 대해 아직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점을 감안하면 우리측의 이런 호의를 즉흥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