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불황기의 기업경영 .. 이윤호 <LG경제연구원 대표>
입력
수정
우리경제가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물가가 불안한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폭은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고 경기는 급강하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은 추세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순환적인 경기하강은 크게 염려할 것이 없으나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는 소홀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엔화환율이 강세로 돌아서거나 세계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않는한 구조적인문제의 해결없이 우리 경제를 상승세로 반전시키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것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의 누적적인 정책실패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나, 능력이나 성과를 뛰어넘는 보상을 요구해 온 근로자나,긴 안목을 갖지 못한 기업인들도 일단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한마디로 생산비에 비해 판매가가 절대적으로 낮거나 외국 경쟁상대에 비해 이익률이 박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망하거나 극심한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특히 지난 수년동안 우리경제의 임금상승률은 생산성 증가율을 앞지르면서 저임금 의존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경공업 부문의 황폐화률 초래하였다. "공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수적이나 효과를 거두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현재의 경제상황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단기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정책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환율을 유지하여 우리경제를 이끌고 가는 수출이 기력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상수지의 적자폭과 연계된 환율운용이 중요하다.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촉진하여 고물류비용 해소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국내경기의 급강하를 완만히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강력한 저축유인책을 마련하여 과소비를 자제시키면서 투자재원을 확보하고경상수지의 적자폭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기업 나름대로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틈새시장의 개척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일본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제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틈새시장은 엔화약세가 어느정도 수그러들거나 경쟁력이 어느정도 회복될 때까지 중요한 생존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에 보다 신경을 써 상품개발력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도의 기술을 확보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적응력을한층 높여야 한다. 기능에 못지 않게 고객의 개성과 감각에 호소하는 제품의 출시도 중요하다. 따라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여 디자인과 색깔의 변경,기능의 추가 등으로 시장을 유지.확대해야 한다. 셋째 호황기에 시장확대및 판매에 투입되었던 경영자원의 일부를 불황기에는 경영혁신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 낭비요인을 제거하여 원가를 절감하는 방어적인 접근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위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 등의 해결은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외생변수의 성격이 강하지만 "고임금-저효율"구조는 기업차원에서도 타파할길을 찾아야 한다.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깨는데는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저임금-저효율"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임금상승률을 낮추어야 하고 결국 생활수준의 향상을 지연시키므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는 방법은 선진국과같은 "고임금-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상승을 보전하고도 남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세가지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측면은 노동집중도를 높이고 노동력 사용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종업원들이 하루일과 시간 중에 과연 몇 시간을 자기업무에 집중하고 있는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노동의 양과 질의 문제다. 우리보다 노동강도가 높은 선진국에서도 사무직 근로자들이 일과시간의 60%를 주어진 업무에 투입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40%수준이 평균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더많은 생산량을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기술 수준의 향상은 물론 작업방법에 대해 끊임없는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번째 측면은 경영조직의 효율화이다. 투입은 같은데도 어떤 회사는 경쟁기업에 비해 더 많은 산출물을 낸다. 이는 기업은 운영 시스템, 업무 프로세스, 조직구조, 업무분위기,조직문화 등으로 인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조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의 효율화는 경영층에서 혁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번째 측면은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대상 투자규모 투자시기는 적절한지, 투자된 시설재는 100%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활용계획은 투자의 효율성, 나아가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우리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책방향은 분명하다. 획기적인 규제완화로 가능한한 경쟁원리가 경제의 곳곳에서 작동하게 하는 것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기업차원, 개인차원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타파, 나아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