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숙 <연극배우> .. 모노드라마 '로젤' 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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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초연 이래 2000회 이상 무대에 올려지며 60만 이상 관객을 동원했던 모노드라마 "로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강한 눈빛을 지닌 "감성배우" 김지숙씨(40)가 그의 분신이 되어버린 "로젤"을 새롭게 각색, 24일~9월15일 문화예술관서울두레에서 공연한다. "한 마을에서 어린 소녀가 집단 윤간당한 사건, 주부매춘 등을 언론보도로 접하면서 "로젤"을 다시 공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건들을 다루는 언론과 사회의 태도를 보면서 여성의 성과 삶에 대한 남성위주의 편협된 시각이 오히려 더 악화된 것같습니다" 헤르트 뮐러 원작의 "로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우월주의에 의해철저하게 파괴되어 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93년 충돌소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끝내면서 김씨는 가련하고 비참한 "로젤"의 삶에 자신이 길들여지는 것같아 다시는 공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로젤"만큼 이 시대와 이 땅의 현실에 맞는 작품이 없는 것같고그동안 관객들로부터 재공연이 빗발쳐 다시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번역극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랜 번안 작업을 통해 이 땅의 여성의 모습으로 완전히 고쳤어요. 기본 줄거리에는 변화가 없지만 로젤의 삶을 억누르는 제도와 관습을 우리의 상황에 맞게 바꿨습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500여석 규모의 서울두레. 모노드라마를 공연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지만 "로젤"의 에너지로 공간을 가득 채우겠다는 김씨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현재 극단전설 대표인 김씨는 77년 극단현대에 입단한 이래 80여편을 공연했으며 동아연극상 영희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9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연극제때 새로운 형식의 "검술연극"을 선보이겠다는 김씨는 "주어진 삶의 조건에 길들여지지 않고 "나의 것"을추구하는 살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