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불로약

피닉스는 고대이집트의 전설에 나오는 불사조다. 언제나 세상에 한마리밖에 호재하지 않는 아라비아의 새로 500년마다 이집트 태양신의 도시인 헬리오폴리스에 나타난다. 독수리 정도의 크기에 빨강과 금빛의 깃털로 덮힌 아름다운 모습과 너무나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새다. 피닉스는 불사조라는 말처럼 영생을 누리는 새는 아니다. 기원전 8세기의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는 장수하는 갈가마귀의 9배 (500년)를 산다고 했고,또 다른 전설은 그 수명이 9만7,200년이라고 했다. 피닉스가 죽음을 감지했을 때에는 애처롭게 그지없는 소리로 울면서 향기나는 계수나무 가지로 둥우리를 튼 뒤 거기에 불을 붙쳐 몸을 던져 죽는다. 그 순간 거기에서는 새로운 피닉스가 태어난다. 그 신생 피닉스는 죽은 어미의 재를 향기나는 몰약으로 싸가지고 헬리요폴리스의 태양신 재단에 매장한다. 이에서 피닉스는 재생 또는 소생을 상징하는 뜻을 갖게 되었다. 방탕했던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 (204~222)가 그에 현혹된 적도 그 때문이다. 그는 불로장생하고자 피닉스의 고기를 먹기도 작정하고 그것을 구해 오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가상의 세계에만 있는 피닉스를 구할수 없었던 신하들은 극락조를 피닉스라고 바쳤다. 그것이 아무런 효험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얼마 뒤 암살되고 말았다.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했던 자신을 절대자(신)으로 착가한 나머지 신선이 되려고 장생불로약을 구하는데 혈안이 되었던 인물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그 영향을 구하려는 시황제의 끈질긴 집념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해의 봉래 방장 영주섬에 사는 신선으로부터 불로불사약을 얻어 오겠다는 도사 서복 (나라 출신)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막대한 자금을 사기당하는 일이다. 서복은 이런 저런 핑계로 출발을 미루던 중에 시황제는 지방순시에서 돌아오던 길에 죽고 말았다. 그뒤로도 인류는 불로장생의 의약이다. 보신제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때마침 미국의 한 과학자가 신체의 노화를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는 성장호르몬 수용체를 식별해 냄으로써 회춘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소식이다. 장생불사양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수명 내지는 젊음을 기일층 늘려줄 영약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생각만 해 보아도 꿈같은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