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내달 인사 앞두고 '속앓이' .. 승진자리 극소수

한국은행이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가을정기인사를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임원자리는 물론 부장자리 하나 비지 않아 승진인사 여지가 별로 없어서다. 오히려 지난 2월 6개월 예정으로 국제화과정연수에 들어간 11명의 부장급직원을 어떡하든 소화해 내야 할 실정이다. 그렇다고 조직을 다시 개편, 부장자리를 2~3개 만들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인사에선 부장승진은 한명도 없을뿐만 아니라 나머지 승진인사도 최소화돼 소폭의 수평이동에 그칠 것이라는게 인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은의 이같은 속앓이는 일반적인 수급상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공급(사람)은 많은데 수요(자리)는 없는 탓이다. 특히 이수휴 보험감독원장이 은행감독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한은이 기대했던 "연쇄승진"은 물건너 갔다. 올해 임기가 되는 임원은 한명도 없다. 더욱이 만56세가 돼 자문역으로 물러나는 사람도 이번엔 없다. 이런 인사적체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에 임기가 되는 임원은 한석우 부원장보(4월)와 심훈 이사(9월)두명뿐이다. 두명 모두 초임만료라 유임가능성도 높다. 부장급중에서 내년에 자문역으로 물러나게 될 대상이 9명이어서 이들의 처리도 큰 골치거리다. 그 대상은 서조광 전주지점장 남기호 싱가포르사무소장 이촉엽 감독기획국장 윤덕순 인력개발실장 조경문 울산지점장 최명진 주사무소장 이수길런던사무소장 정만 대전지점장 김정홍 문서부장 등이다. 오는 98년엔 상황이 좀 낫다. 임기가 되는 임원도 유시열 부총재 등 7명이나 된다. 그러나 98년에도 자문역으로 빠지게 될 부장급후보가 15명에 달해 이들을 소화할 자리가 없다. 나길웅 검사제1국장 이준근 기획부장 조춘래 검사제4국장 김종혁홍콩사무소장 허고광 국제부장 김문욱 직무분석팀장 김현 강남지점장 박재준 뉴욕사무소장 임용호 동경사무소장 안홍지 국고부장 조동일검사제5국장 이명철 인사부장 이강남 조사제1부장 이조방 부산지점장 팽동준 조사제2부장 등이 그들이다. 한 임원은 "정부투자기관이나 감독기관의 자리를 재정경제원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는데다 은행자율화로 시중.지방은행마저 외부인사영입에 부정적이어서 한은출신의 외부배출이 과거처럼 쉽지 않다"며 "이번 인사에서부장급 직원을 소화하기 위해 2~3개의 부장자리를 만들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고민중"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경식 한은총재도 승진자리가 없는데다 내년부터 우수한 부장급들을 줄줄이 자문역으로 빼내야 하는 "아픔" 때문에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