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입과 금융산업' 보고서] '점진 개방 바람직'

천일영 금융 부문에 대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의 전제 조건으로서는 "자본 이동의 자유화"와 "경상 무역외 거래의 자유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국내 금융 정책이 효력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OECD가입은 금융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킴에 따라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그룹인 OECD에 가입함에 따라 우리 나라 경제도 선진국 경제에 동조화될 것이고 이에따라 우리 정부의 정책 간여 폭이 줄어 들어, 정부의 규제와 보호 속에 안주해 온 국내 금융산업의 위축이 크게 우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금융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리한 개방요구에 대해 단계적이면서도 점진적인 개방 자세가 필요하다. 즉 금융 산업의 개방에는 신중한 정책적 조율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국내 일반은행의 경우를 보면 수익 부문의 생산성 지표(1인당 업무이익, 단기순이익)는 증권시장의 침체로 주식 매매익이 감소한 9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95년말 현재 4.19%로 선진국 은행의 7.0% 수준에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며,ROA(총자산이익률)도 0.32%로 선진국 수준인 1.0% 수준에는 크게 뒤지고 있다. 증권회사의 경우 증권 시장의 장기 침체로 위탁 수수료 수입은 감소한 반면 상품 주식 매매 손실 및 금융비용의 대폭 증가와 주식 평가손 반영 등으로 큰 폭의 적자를 시현하였다. 손해보험회사의 경우 95회계연도 중에 1,327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시현하여 그동안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던 손보사들이 5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수익 증가는 보험료 수입의 증가율이 보험금 등 지출 요인의 증가율을 상회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보험과 자동차 보험이 전체 보험료 성장을 주도하였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경우 아직도 기존 대형 6개사들이 시장점유율면에서 27개 신설사들을 압도하는 시장구조를 보이고 있다. 생보사들의 93년 기준 자산 구성비를 보면 기존 대형 6개사가 8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 보험사의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수지면에서도 기존 대형 6개사는 1,229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지방사 및 외국사는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신설사들은 93년에 와서야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전체 외국은행 지점의 ROA 및 ROE는 각각 1.17% 및 10.28%로 전년대비 각각 0.15%포인트, 0.68%포인트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우리 나라 은행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 증권사의 국내 지점수는 14개로서 총 영업기금 규모는 95년 기준으로 2,180억원에 해당한다. 95회계연도의 세전순이익은 340억2,000만원으로 전기대비 31억8,000만원(10.3%)증가하였다. 순이익 증가의 요인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확대 등으로 인한 수수료 수입의 증가와 국내 증권사와는 달리 상품 유가증권 보유규모가 작아 평가손이 거의 발생치 않았기 때문이다. 95년말 현재 국내 외국은행의 평균 ROE는 10.28%로 국내 일반은행의 평균 ROE 4.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 원인은 국내 우리 나라 은행의 구조적인 비효율성과 정책 금융으로 누적되어온 부실 채권, 그리고 주식 투자에 따른 손실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대출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담보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익 구조가 다양화돼 있지 못하다. 그리고 소유.지배 구조의 미확립으로 인한 단기 업적주의와 외형위주의 실적 경쟁도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95년말 현재 일반 은행의 은행 계정의 주식 보유 규모가 원화 대출 대비 14.5%임을 고려할 때 현재의 주식 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의 3~3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증권사의 경우 주식시장의 침체 여파로 적자를 시현하였으나 외국 증권사들의 경우 증권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은행 상품에 투자함에 따라 흑자를 기록하였다.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주요 증권사에 비해 위탁수수료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증시가 침체되면 항상 적자를 시현하기 때문에 수익구조 다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보험사의 경우 기존사들은 고정 자산 재평가 이익, 규모의 경제 등으로 상당히 안정된 재무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신설사들은 영업 초기의 높은 고정비용과 성장 정책에 따른 과다한 사업비의 사용으로 인한 자본 잠식으로 불안한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보험 산업의 성격상 영업초기에 막대한 고정비와 함께 보험료 수입 경쟁으로 인한 과다한 사업비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은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에 있어서 시장을 이미 잠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지점망이나 자본력 전문성 등을 통해 국내은행에 대해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은행의 경우 자산운용에 있어서 정책금융목적의 대출이 요구되지 않았고 대출의 가격결정도 위험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자산의 운용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외국은행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외환 및 유가증권 거래차익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특히 대출금 원화예수금 수입보증금 등 수익성이 높은 업무분야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국내은행에 비하여 수익성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자율화 경험의 부족과 금융기법의 미발달, 금융하부구조의 취약, 국제적 기준에 부합치 않는 금융규제의 과다,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경험부족과 낮은 신뢰도 등으로 인해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상태이다. 외국은행 지점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고 국내은행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취약한 경쟁요인을 보강해야 한다. 바젤 위원회 가입에 따른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준수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연적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95년말 현재 국내 은행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9.33%이다.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국제적 최저 기준(8%)에 미달하게 되면 해당 금융기관은 대외 신인도 저하로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코스트가 상승하는 등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자기자본의 확충을 도모하고 위험가중 자산의 적정화를 유도하여 자기자본 비율을 제고하여야 한다. 향후 금융의 주된 수단으로 증권의 형태가 증가하게 될 것이며 대기업의 은행이탈 등으로 직접금융시장의 비중이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을 위시한 금융중개기관들이 생존을 위해 증권업무로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다. 이 경우 증권 종금 투신 등 상호진출 자유화를 통한 증권업 통합(선진국형 투자은행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종합투자은행(universal banking)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종금사는 광범위한 금융기능을 통해 복잡 다기화되는 기업 금융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또한 중소 기업의 금융 서비스 이용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한된 시장에서 동일업종의 금융회사가 대거 등장해 유사업무의 중복취급과 과당경쟁의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종금사들은 각자 축적된 노하우와 비교우위에 따라 기업금융 도매금융 국제금융 등의 틈새 시장에 특화함으로써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 분야는 이미 개방이 상당히 진전된 만큼 단기적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모집 체제 및 판매 방식에서는 변화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사들이 요구하는 보험 상품의 자유로운 개발과 요율 자율화가 실현될 경우 시장 잠식이 의외로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외국 보험사는 축적된 인수 경험과 고도의 위기 관리 기법을 무기삼아 대형 물건과 특정 보험 부문에서의 시장 점유율 제고에 나설 것이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제도 정비, 그리고 특히 그 운영의 선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업계는 국제기관 투자가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실력"으로 이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보호와 규제라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업계 스스로의 생존전략을 강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자율성 제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금융 정책은 금융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경쟁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하지만 지나친 경쟁의 조장은 시장 실패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경쟁에 의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데 감독의 방식은 사전적 감독보다는 사후적 예방적 감독, 유인 및 억제 중심의 간접방식이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