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출신 작가의 정체성 찾기 .. 네이폴 소설 잇단 출간

80년대부터 거의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거론돼온 서인도제도 트리니다드출신의 영국작가 V S 네이폴(64)의 소설이 잇따라 번역 소개되고 있다. 도서출판 강이 지난 4월 장편 "흉내"를 선보인데 이어 9월말 장편 "강굽이"를 내놓을 예정이고, 문학세계사가 최근 장편 "세계속의 길"과소설집 "자유국가에서"를 한꺼번에 발간했다. 네이폴은 지난 81년 연작 장편 "미겔 스트리트" (이상옥 역.민음사 간)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으나 일반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작가. 식민지 출신 작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자신에게 존재의 중심이 결여되어 있음을 구세계의 작가들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는 네이폴의 화두는 뿌리뽑힌 식민지 출신작가 대부분이 그러하듯 정체성의 문제이다. 그는 첫 작품 "미겔 스트리트"에서 고향 트리니다드섬의 수도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한 거리를 무대로 희망없는 식민지에서의 삶이 어느 정도까지 우스꽝스럽게 뒤틀려 버릴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59년 서머셋 모옴상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세계 속의 길"은 94년 발표된 작품으로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이 소설은 일차적으로는 작가 자신으로 추측되는 화자의 어린시절과 영국 유학생활, 그리고 작가로서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혼의 순례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