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모저모] 미 샐러리맨들 요즘 '제 세상'

미국 봉급쟁이들은 요즘 제세상을 만났다. 경제가 휘청일 무렵 기업들의 경영 다이어트에 따른 조직개편과 감원정책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부지기수. 그러나 경기호전과 더불어 미국의 고용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더구나 새로이 번창하는 사업부문은 더 높은 임금과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우수한" 일자리들을 속속 탄생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지가 최근 밝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2년 생겨난 신직종중 전국 평균임금보다 높은 임금수준의 일자리는 22%였던데 비해 95년에는 그비율이 45%에 달해 거의 두배로 증가했다. 또 95년 신직종의 25%는 전국 평균임금인 2만9,420달러보다 30%이상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직종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서비스 영역. 비즈니스 서비스, 여가산업, 제2금융권, 사회사업및 중개업부문들이 90년대 들어 가장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정보처리사, 재테크 전문가 등은 특히 "잘나가는" 직업군이다. 캐빈 매카택(30)은 새 일자리로 인한 대표적 수혜자. 현재 연봉 4만5,000달러의 컴퓨터 네트워크 관리자인 캐빈은 95년 가을 US 웨스트 통신회사에 입사하기 전 바텐더로 일하던 시절 연 5,700달러에 비하면 거의 7배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 시간제 컨설턴트였던 마이클 매카니의 경우도 금융 자문가로 변신한후 연 7만5,000달러라는 고소득자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기업들의 인력수급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재의 직장보다 더 높은 임금을 미끼로 인재사냥에 나서게 됐고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임금의 인플레가 결과적으로 물가 인플레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구인난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인력 확보책을 모색하고 있다. 구직광고뿐 아니라 직업소개소, 헤드헌터등을 통해 인력수급을 꾀하는 한편 취업 박람회나 인터넷 광고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알음알음을 통한 채용도 증가추세에 있다. 고용에 있어 또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학력파괴와 나이파괴. 기업들은 과거 대졸학력이 맡던 직무에 과감히 고졸출신을 투입하거나 60에 육박한 장년들을 전혀 새로운 분야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동안 산업전선에서 배제되어온 여성이나 흑인및 소수민족 계열에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게 됐다. 일례로 두달전까지 전사원이 백인남성 일색이었던 미니애폴리스 소재의 인터페이스네트워크사의 경우 최근 여성과 흑인직원을 고용했다. 능력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인터페이스측의 전략수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및 자질. 지금 미국 직장인들은 너나없이 더나은 일자리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그야말로 능력있는 자가 고소득 직장을 잡을 수 있는 "열린 고용"의 시대가 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