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기획] 차세대 '황금알' TFT-LCD..제2의 반도체신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3사는 요즘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올초 양산을 시작해 걸음마 수준인 TFT-LCD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하락세에서 오름세로 반전돼 힘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하락으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3사가 TFT-LCD에 거는 기대는 크다. 삼성과 LG는 수요충족을 위한 설비확장 계획에 들어갔으며 현대도 생산참여를 위해 파일럿(시험생산)라인을 제품생산라인으로 조기전환하는 방안을추진중이다. 차세대 전자부품이라는 TFT-LCD. TFT-LCD는 과연 메모리 반도체의 뒤를 잇는 한국 전자산업의 캐시 카우(cash cow: 떼돈을 벌어준다는 뜻)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업계에선 일단 "파란불"은 켜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주문이 늘고 가격이 오른다는데 고무돼 있는게 아니다. TFT-LCD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데 업계는 의미를 둔다.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본격 생산에 들어갈 수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TFT-LCD 가격은 지난 6월만해도 개당 1천달러(12.1인치짜리)로 연초보다 50%나 떨어졌었다. 국내업체가 생산을 개시하자마자 가격이 하강곡선을 그린 것.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국제 거래가격이 1천1백달러선으로 1백달러 정도 회복된 것. 더구나 세계시장의 수요와 공급 전망을 보면 이같은 가격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연말 세계시장에서 12.1인치 제품의 세계 수요 전망치는 1백10만장. 지난 1.4분기보다 11배 늘어난 규모다. 반면 세계 업계의 공급능력은 이같은 수요확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 일본의 각 업체들이 증산을 하고 있지만 3.4분기에 세계시장에 공급될수 있는 물량은 월 평균 최대 40만장으로 세계시장의 수요보다 10만장 적을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TFT-LCD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전자산업진흥회 이상원부회장은 말한다. TFT-LCD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는 것은 노트북PC다. TFT-LCD를 채용한 노트북 PC의 올해 전세계 예상 판매대수는 7백41만6천대. 작년보다 76.7% 늘어난 숫자다. 한마디로 TFT-LCD를 채용한 노트북PC가 PC의 주력기종으로 떠오르면서 TFT-LCD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업계가 TFT-LCD를 제2의 캐시카우로 만든다는 목표아래 생산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제 2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2.1인치는 월 11만장, 10.4인치는 월 18만장씩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LG전자는 12.1인치 제품을 월 5만4천장씩 생산하고 있다. 98년에는 월 11만장으로 확대한다. 현재 파일럿 라인을 가동중인 현대전자도 빠르면 오는 9월부터 12.1인치 제품을 월 6만장 규모로 양산한다. 98년 가동을 목표로 제2라인도 이미 착공했다. TFT-LCD가 국내 전자산업의 캐시카우로 크는데는 장애물도 적지 않다.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데다 특히 일본업체들의 견제가 노골화되고 있다. 사실 올초에 국제가격이 떨어진 것도 일본 업체들의 "작전"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업계에 주도권을 빼앗긴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본이 견제구를 던졌다는 것. 세계시장을 독점하려는 일본업체들이 언제 제2, 제3의 견제구를 던지며 "고사작전"을 펼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미일업체들과 기술수준의 차이를 줄이는 것도 큰 과제다. LCD에 관한 기본 특허는 대부분 미국과 일본기업들이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업계가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이들이 특허공세를 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시장상황은 장미빛이지만 국내업계의 앞날은 베일속에 있다"는 평가는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한국 전자업계가 TFT-LCD에서 반도체에 이은 제2의 금맥을 잡을 수 있느냐는 바로 기술에서 자생력을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