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실망 더한 경제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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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8일의 개각이후 거의 한달만인 어제오후 새경제팀이 모여 앞으로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한승수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주재로 9개 경제부처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중소기업청장 등이 모인 경제장관간담회의의 발표내용는 지극히 원론적이다.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물가안정과 기업활력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이를 바탕으로 경상수지의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내년 하반기이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국민모두의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물가안정과 규제완화를 통해, 그리고 근로의욕과 예측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고비용저효율의 악순환을 깨뜨리겠다는 지금까지의 정책의지를 되풀이한 셈이다. 경제장관들이 바뀐지 한달도 안됐는데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장관이 바뀌었다고 경제정책방향이 하루아침에 크게 달라지는 것도 옳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강력한 실천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계나 일반국민들이 "혹시나"하는 기대를 가졌다가 "역시나"라고 실망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미사여구말고는 확실한 정책우선순위도 강력한 실천의지도 전혀 찾아볼수 없다. 물가안정을 예로 들어보자. 그동안 정부의 물가안정방안은 공공요금및 서비스요금의 인상을 억제하고 값이 많이 오른 품목의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물가불안의 근본원인은 경쟁제한으로 인한 독과점,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비탄력적인 생산요소공급및 원가부담 등에 있다. 임금인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세값이 크게 올랐고 사교육비지출이많아 노동자들의 가계는 주름살이 펴질 날이 없다. 사정이 이러니 근로의욕이 떨어져 생산성이 낮아지고 임금협상때마다 노사대립이 격화되기 일쑤다. 기업은 채산성이 나빠 근근히 버티다가 땅값이 오르면 공장을 팔고 해외로 나가기 바쁘다. 공무원의 부조리와 공기업의 낮은 생산성도 여전한 형편이다. 이런 판에 이번 경제장관간담회의 뜨듯미지근한 검토내용이 먹혀들리 없다. 지금 당장 경제개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이제 규제완화보다는 규제철폐가 필요하다. 환경 교통 보건등 공공성이 강한 일부 명시적인 규제를 빼고는 원칙적으로 모든 행정규제가 없어져야 한다. 재정경제원이 법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인 금융규제를 남용하고 있다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는 정확한 지적이다. 필요하다면 땅값을 비롯한 생산요소비용을 일정기간동안 동결시키는 조치도 검토돼야 한다. 취임초 땅많이 가진 사람이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던 김영삼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어떻게 됐는가. 탈세, 부정부패등은 철저히 뿌리뽑아야 하며 공기업은 민영화에 앞서 경영혁신과 경쟁촉진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구조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이후의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너무 지쳐있고 경제정책을 믿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