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최용권 <삼환기업 신임회장> .. 창립 50돌

삼환기업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최용권 부회장(47)을 새회장으로 선임하고 큰 폭의 승진인사를 단행함으로써 2세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신임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최종환전회장의 장남으로, 오랫동안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은데다 40대 오너경영인으로서 패기가 넘치는만큼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삼환기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지난 75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참여한 이후 82년 사장,92년 부회장을 거쳐 이번에 경영대권을 승계한 최회장은 "원전 레저산업등에 새로 진출하는 한편 금융부문을 대폭 확대해나가는등 공격경영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환기업은 매우 보수적 색채가 짙은 기업이란 평을 들어왔습니다. 2세체제 출범을 계기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들을 하는데요. "보수적이라는 평가에대해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보수적''이라는 데에는 기업을 건전하게 운영해왔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기때문이지요. 물론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매출을 신장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겠지만 그동안의 경영기근을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오랜기간동안 경영에 참여하면서 건설업에대해 어떤 경영관을 갖게되셨는 지요. "건설업은 누가 공사를 맡느냐에따라 10원짜리 공사를 11원에 할수도있고 9원에도 할수있는 직종입니다. 공사비를 최대한 끌어내리고 수익을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는 결국 경험에 달려있다고 할수있겠지요. 한마디로 건설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삼환기업은 오랜 역사에 비해 다각화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구상이 있는지. "지난 50년동안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지않고 건설외길을 걸어온데에 큰 자긍심을 갖고있습니다. 앞으로도 삼환기업의 주력은 건설이 될것입니다. 다만 최근들어 SOC(사회간접자본시설)나 해외건설에서 자금조달을 조건으로 내건 공사가 많이 발주되고있는 만큼 금융부문을 대폭 확충할 계획입니다. 현재 운영하고있는 삼삼투자금융과 신민상호신용금고를 종합금융업체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있습니다" -어떤 부문을 전략적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까. "원전과 환경설비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원전부문 진출을 위해선 이미 지난 93년 ASME(미국기계학회)인증을 획득했고 전문인력도 확보,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진출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원전관련 첨단기술을 습득하기위해 미국등 원전선진국에 꾸준히 연수도 보내고있지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첨단환경설비부문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부문에선 탈황설비를 설치해야하는만큼 탈황설비부문을 특화시켜나갈 예정입니다" -레저산업 진출 계획도 갖고계신다면서요. "강원도 태백시에 호텔 스키장등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춘 종합레저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중입니다. 또 호주에서도 레저사업을 벌일 생각입니다. 현지에 중상급호텔이나 콘도미니엄등 숙박시설을 건립하고 골프장등 레저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요. 현재 휴양지로 유명한 골드코스트일대에서 부지를 물색중인데 퀸즐랜드 주정부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있습니다. 무주리조트 서울대공원등을 시공한 경험이 있기때문에 레저산업에 진출하는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겁니다" -삼환기업은 이미 지난 66년 베트남에 진출하고 73년엔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발을 디디는등 한국건설의 해외시장진출에 개척자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근래들어 해외부문이 상당히 위축된것 같은데요. "삼환기업은 그동안 중동을 비롯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아 괌 알래스카등 세계 여러지역에 진출, 35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습니다.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시멘트공장을 비롯 베트남 댐공사 방글라데시및 라오스의 도로공사등을 시공하고있어요. 그동안 해외사업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는건 수익성과 내실위주의 수주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앞으로 중동시장에서는 공장시설 군사시설등 수익성이 높은 공사를 선별수주하고 동남아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입니다. 동남아에서는 세계은행등의 원조에 힘입어 인프라에대한 투자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때문이지요. 베트남 중국 러시아등 사회주의권 국가에서도 진출 기반을 조성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기를 기다리고있습니다" -해외건설시장 여건이 최근 크게 달라지고있습니다. 발주패턴도 과거처럼 단순히 시공만을 맡기는게 아니라 기획제안형이나 개발투자형태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있는 추세입니다. 이에대한 대응방안은. "요즘 새로운 형태로 발주되는 해외공사의 수주여부는 자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원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수있습니다. 국내 대형건설업체들이 잇달아 종합무역상사와 합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금의 효과적 동원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지요. 삼환기업은 종합무역상사를 갖고 있지 않아 애로가 많은게 사실입니다. 금융부문을 확대하려는 것은 이같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건설업계에는 정부의 주택공급물량 확대정책에 힘입어 주택사업을 통해 성장한 업체가 적지않습니다. 삼환기업은 토목에 치우쳐 별로 주택사업을 벌여오지 않았습니다. "건설업에서는 나름대로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환은 주택보다는 첨단시설을 갖춘 대형건축물을 짓는데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봅니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주택사업에서도 무리한 확장은 좋은 결과를 낳을수 없겠지요. 주택부문에서는 경기도 구리시 인창지구처럼 대도시 주변 제2도심권의 분양성 높은 부지를 주로 확보,내실위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생각입니다" -장기 경영목표는 세우셨습니까. "2000년에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있습니다. 부문별로는 건설에서 3조원, 금융에서 1조원, 레저사업등 기타부문에서 1조원등의 매출을 올릴 예정입니다. ''2000년에 5조원 매출''은 달성가능한 현실적 목표라고 판단하고있습니다" -건설업과 관련, 제도적으로 가장 시급히 고쳐야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건설제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있는건 사실입니다. 다만 입찰서를 검토하거나 시공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주었으면 합니다. 외국에선 입찰하기전 입찰참가예정업체들에게 도면을 반년전에 제공,검토하도록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선 이처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요. -경영방침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임직원들 어떻게 하면 강요하지 않아도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게 할수있는지를 늘 고민하고있습니다. 임직원들이 회사를 인정하고 회사에대해 자긍심을 갖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게 경영자가 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담 = 이정환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