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성공했다]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품질로 승부

충북 음성에 있는 에이스침대 안유수회장실에는 정면에 부모사진이 걸려있다. 중국의 조선족 교포를 통해 어렵게 구한 것이다. 출퇴근때는 어김없이 사진속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얼마나 그리운 얼굴인가. 1.4후퇴때 1주일뒤 서울역에서 만나자고 헤어진게 마지막이었다.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안회장은 전쟁와중에 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두 북에 남겨둔채 혼자 넘어왔다. 아버지는 65년 어머니는 76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에이스침대를 창업해 지금은 연간 2,000억원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의 침대업체로 키웠고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 해외현지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21세기엔 세계 제1의 침대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안회장. 기업인 가운데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그도 창업이후 누구보다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피난길에 부산으로 내려가 미군부대의 레이션운반과 야채상을 하며 주경야독끝에 동아대를 나온 그는 서울로 올라와 문화방송에 방송기자재를 납품하던중 이웃에 있던 가구점의 침대를 눈여겨보고 무릎을 쳤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침대를 본 순간 앞으로 이 사업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서울 금호동에 천막을 치고 스프링을 직접 감고 버너로 열처리하며 침대쟁이의 길을 걷기 시작한게 지난 63년. 겨울철엔 손이 얼어터져 피가 나오고 침대 한대를 납품하기 위해 수십리를 마다하지 않고 걸어다녔다. 경영난으로 위기에 처한 것도 여러번이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에이스침대가 국내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는데는 품질에 대한 남다른 집념에서 비롯된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이는 에이스침대에 면면,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다. 안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침대는 가구와는 달리 인체가 직접 접촉하는 물품이고 일생의 3분의 1을 보내는 소중한 제품이다. 잘못된 침대를 사용하다간 허리를 다치기 일쑤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카피를 사용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외관상 보기에 비슷비슷해 대충 만들어 팔아도 소비자로서는 사실상 품질을 알길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스프링부터 내부 충진물 등을 세심하게 살피며 원가가 더먹혀도 최고급소재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론 품질만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어서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세계에서 두번째로 침대공학연구소를 갖춘 것이나 품질관리대상 등 각종 품질관련 상을 휩쓴 것도 이같은 노력에 의해서이다. 구공진청은 품질비교평가를 통해 에이스제품이 세계 유명제품보다도 우수하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성공장의 일부는 로봇으로 작동되는 무인자동화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탈리아 기술자 7명을 데려다 공장장과 반장으로 임명, 기술과 디자인을 배우고 세계적인 침대업체인 실리와는 한동안 기술제휴를 맺어 세계적인 품질을 익혔다. 이제는 외국업체로부터 더이상 배울게 없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국내시장이 좁다며 세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광동성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중이고 연말께 심양에 제2공장,내년엔 상해인근에 제3공장을 짓는 등 중국에만 3개의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호주에도 공장건설에 나설 계획이며 내년엔 세계가구의 본고장인 밀라노국제가구전에 출품해 유럽진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안회장의 유일한 취미는 일하는 것. 휴일에도 공장에 나오는게 가장 마음 편하다. 그는 부모에게 못다한 효도를 마음아파하며 대신 성남공장에 대형 노인식당을 만들어 불우노인에게 점심을 무료 대접하는 등 노인들을 극진히 모시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