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일본단상 .. 박용근 <대우그룹 회장실사장>

어느새 김포공항이다. 일본 출장.. 사회생활의 1/3을 일본에서 보낸 필자로서는 일본출장이 마치 이웃집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일본이 먼 나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사실 언론계에서 시작해 현재의 대우에 이르기까지 일본생활의 경험은 작지않은 무게로 내 인생을 떠받쳐 왔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왔다. 때로는 협력의 입장에서,때로는 갈등의 관계로 양국 사이에는 수 많은 사건들이 자리잡아 왔다. 과거사이긴 하지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 특히 최근의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문제, 종군위안부 문제들은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만든 벽이 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 지도층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와 오만함에서 연유되는 문제들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에 관한 한 감정이 앞서며 정서적으로 민감한 반을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앞날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건설적이며 발전적인 양국관계를 보다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우리는 일본을 더 잘 알아야 한다. 사실 우리는 일본을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게 많다. 일본을 배우자는 말보다는 일본을 알자는 표현이 적절할 듯 싶다. 그리고 나서 냉정히 이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다. 배움은 이러한 평가로부터 자연히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필자가 일본에 오래 체류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친지들은 나에게 일본에 대해 즐겨 묻는다. 그 때마다 나는 "일본 지도층의 자기절제"를 참고삼아 얘기해주곤 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하고 느낀 바로는 이 부분이 일본을 평가할만한 요소로 가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기절제가 정치권에 국한되기 쉬운 지도층의 범주를 경제계, 사회계 등에 폭넓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도층의 자기절제, 이 한마디 이상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시사하는 표현은 없을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