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리더십 새 패러다임..박용근 <대우 회장비서실>

박용근 서구 계량경제학의 맹점 가운데 하나가 아시아 지역의 특유한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라 하겠다. 서구적 합리성과 분석방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남다른 그 무엇이 존재함을 뜻하는 것이리라. 사실 동양권은 오랜 역사동안 시대와 계급,그리고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동양만의 독특한 가치를 유지 발전시켜왔다. 특히 리더십의 문제에 있어서 동양은 개인의 창의력 보다는 개인과,개인 그리고 집단과 개인간의 융화를 중심 과제로 삼아왔다. 리더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여 문제해결에 나선다기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참모를 인격적으로 끌어당김으로써 그 집단을 얼마나 잘 통합하고 그의 모든 능력을 발휘시킬 수 있는가에 많은 관심을 두어 온 것 같다. 리더의 영향력이나 권위는 다름아닌 휘하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발휘되었다. 이론적 체계화에 뒤떨어졌을 뿐 우리는 "자기희생과 솔선수범, 그리고 동고동락의 리더십"을 우리 나름의 방식에 맞게 펼쳐왔다. 실제 조선시대 어전회의나 경연(경연)등은 민주적인 질서와 체계, 그리고 수백년을 이어내려온 동양적 리더십의 일단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시대를 열어 온 리더십은 "진실과 정직함"에 바탕하고 있다. 시대를 이끌어온 리더는 인간적으로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명령에 의한 통솔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적인 의지의 결집과 동기부여로 조직을 이끌어 왔다. 오늘날 전후 일본의 경제적 성공 요인 역시 뛰어난 조직 리더십에 근거하고 있음은 우리가 다시 한번 음미해야할 대목이라 하겠다. 한 조직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리더십이 흔들리면 그 조직의 미래는 없다. 한국의 내일에 대한 국민적 켄센서스와 에네르기를 모을 수 있는 힘,잘 짜여진 청사진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서구식 리더십의 원용이 아니라 우리의 몸속에 배어있는 동양적 리더십의 발현이며,"진실에 기초한 신뢰"임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