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현장에선 지금...] (8) '외국기업의 사례'

미국이나 유럽기업은 직접적인 감원과 최고경영자 중심의 톱다운식 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한다. 반면 일본기업은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원가절감이나 조직중심의 바텀업 전략이 일반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선진기업의 불황극복사례"보고서를 통해 미국.유럽기업과 일본기업간 불황극복 전략의 차이점을 이같이 분석했다. 삼성경제연은 이를 토대로 한국기업의 불황극복 전략은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쉽 소프트한 분야로 사업구조 전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리스크 최소화 등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가절감을 통해 경비발생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나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열사간에 도와주기식 내부거래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IBM 필립스 도요타 마쓰시타 등 세계 초일류기업들의 불황극복전략을 소개한다. IBM = 80년대 말 세계 컴퓨터 시장은 메인프레임과 중형컴퓨터 부문의 수요가 감소한 반면 PC수요가 폭증하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중대형 컴퓨터의 왕자"라는 자만심에 도취돼 있던 IBM은 이같은 상황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91년 적자로 돌아섰다. IBM은 그러나 곧 전열을 재정비해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에 들어갔다. 40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5년간의 장기계획을 세워 25만명으로 감축한 것. IBM은 그간 한번 들어온 사원을 해고하지 않는 "비 레이오프"정책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이같은 감량경영은 조직을 흔들고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경영층은 빈자리에 용역회사의 파견인력을 쓰면서 이같은 정책을 밀고나갔다. 이것만으로 연간 6천만달러를 절약했다. 또 애플 도시바 모토롤라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인력과 자재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철저한 아웃소싱전략을 구사했다. 구조조정작업도 진행됐다. 메인프레임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서 탈피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컨설팅에 주력하는 쪽으로 몸집을 가볍게 했다. IBM이 94년 다시 흑자로 돌아선 원동력은 이같은 경영합리화의 결실로 볼 수 있다. 필립스 = 필립스는 유럽최대의 가전메이커로 VTR이나 컴팩트디스크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지향적 기업. 그러나 기술 자체에만 집착한 나머지 기술의 상업화에선 일본기업에 항상 뒤졌다. 90년엔 27억달러라는 사상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하며 사장이 임기중 사임하는 사태로까지 악화됐다. 후임인 얀 팀머사장은 경영합리화를 통한 불황극복을 선언했다. 감량경영과 조직혁신을 동시에 꾀한 것. 5년간 4만5천명의 종업원을 감원하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 독일 프랑스의 자회사를 매각했다.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S램 공장도 팔아치웠다. 궁극적으로 60여개에 달하던 사업을 핵심역량에 기초해 일상용품 전략부품 전문시스템 서비스 등 4개군으로 축소했다. 또 종업원이 부서 단위로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타운미팅제"를 도입해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해외전문가를 영입하는 열린 인사제도를 도입,과감한 투자전략을 시행했다. 도요타 = 지난 86년 이후 계속된 엔고로 매출감소는 물론 적자까지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도요타는 발빠르게 "엔고 긴급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신입사원 채용을 삭감하고 임시직 사원의 모집도 중단했으며 팀제를 도입해 의사결정단계를 단축했다. 특히 단 하루라도 자금이 불필요하게 회사에 머물지 않도록 철저한 자금관리를 시행했다. 원래 도요타는 도요타 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자금이 풍부한 회사다. 말 그대로 "마른수건도 다시 짠다"는 식의 구두쇠작전이었다. 전력요금 절약을 위해 "평일 휴일, 토.일요일 정상근무"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도요타의 경우 서류작성 등 세세한 부분에까지 이같은 절약 경영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마쓰시타 = 수출비중이 40%인 마쓰시타는 개발도상국의 추격과 92년 거품 붕괴, 엔고 등으로 총제적 위기를 맞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쓰시타는 전사 차원의 "원가 반감"운동을 전개했다. 쿠슈지역의 자기헤드공장은 라인 분석을 통해 공장자체를 리스트럭처링했다. 해외사업총괄회사인 마쓰시타무역을 본사에 흡수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생산과 판매를 통합해 버린 것이다. 국내 판매부문에서는 계열 판매대리점을 재구축해 소매 단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버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