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조절 만전' .. 한국 대표적 프로 최상호의 하루

.시합 당일 프로들의 하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지난해 우승자이자 한국의 대표적프로인 최상호의 하루를 추적해보자. 1시간 연습이 철칙 최상호는 이날 새벽 5시30분 안산시내의 리오호텔에서 눈을 떴다. 그는 강남구의 집에서 대회코스를 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전을 한시간이상 하면 허리도 뻐근하고 막히는 교통때문에 컨디션이 망가질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방안에서 20분 가량 맨손체조 등을 하며 몸을 풀었다. 샤워를 하고 볼일을 본후 10분가량 운전해서 제일CC에 도착한 것은 6시40분. 이날 티오프시간은 8시2분이었는데 티오프전 반드시 한시간의 연습시간을 갖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최는 7시쯤 골프장내의 연습장으로 갔다. 그는 샌드웨지부터 드라이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클럽을 고루 사용하며 30분정도 샷을 날렸다. 클럽당 볼 7~8개꼴이었다. 나머지 20분은 퍼팅연습.퍼팅을 해보니 감이 좋았다. 가장 반가운건 그린의 경사가 본대로 먹히는것. 그는 "이날 스코어가 전반적으로 급상승할 것"이란 느낌이 왔다. 최상호는 이날 14번홀까지 버디3개로 3언더를 유지했다. 크게 불만없는 흐름. 첫 위기는 15번홀 (동코스 6번홀, 파4,408야드)에서 다가왔다.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를 우려 왼쪽을 향해 친 드라이버샷이 다소 감기며 왼쪽 러프에 걸친것. 그린까지는 무려 190야드나 남아 있었다. 그는 3번아이언으로 샷을 했으나 풀의 저항에 밀려 볼은 그린 오른쪽의 러프로 떨어졌다. 핀까지는 12m. 그의 칩샷은 홀컵을 1.5m나 지났다. 방금전 동반자인 임진한은 1.6m 파퍼팅이 홀컵을 스쳤었다. 최는 그 퍼트가 이날의 분기점으로 생각했다. 다행히 볼은 홀컵 한가운데로 종요히 떨어졌다. 1cm로 놓친 티뷰론 한대. 하이라이트는 16번홀 (동코스 7번홀, 파3,197야드). 왼쪽 그린을 향해 친 4번아이언샷은 기막히게 핀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볼은 홀컵 전방 2m지점에 떨어졌고 다시 곧바로 핀을 향해 굴렀다. 옆에 있던 임진한이 외쳤다. "들어가라, 들어가" 그러나 흰볼은 안타깝게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최의 입에서는 "아휴"하는 탄식이 새나왔다. 가서보니 볼은 홀컵 정면에서 1cm 못미쳐 정지해 있었다. "후" 불면 들어가는 거리. 이 홀에는 티뷰론 한대가 홀인원상으로 걸려 있었으니 1cm차로 자동차를날린 격이었다. 최는 총 6번의 홀인원을 했는데 국내 공식시합에서는 한번도 없었다. 아침 한때 비로인한 습기만 없었어도 볼은 들어가지 않았을까. 아쉬웠지만 그것이 골프였다. 17번홀을 파로 막은 최는 파5인 18번홀 (532야드)에서 투온을 노리며 힘껏 드라이버를 질렀다. 이홀은 세컨드샷지점에서 페어웨이 오른쪽에 연못이 있기는 했으나 웬만하면 투온이 가능한 홀. 그러나 최의 티샷은 왼쪽으로 크게 감겼다. 최는 치지 마자 "에이!"하며 미스샷임을 직감했다. 볼은 페어웨이에서 20m나 벗어난 러프에 파묻혀 있었다. 하는수 없이 그는 연못 옆으로 5번아이언 레이업샷을 했다. 서드샷 거리는 핀까지 85야드.핀이 그린 뒷쪽이었기 때문에 그는 피칭웨지로 스윙크기를 조절하는 샷을 했다. 볼은 홀컵 오른쪽 2m에 붙었다. "100야드 안쪽 거리는 60%정도 원퍼트로 끝낸다"는게 그의 골프. 최는 이날 마지막 버디에 성공하며 60%를 점령했다. 골프는 흐름 경기후 최는 "15번홀에서 파세이브를 못했으면 2~3언더에 그쳤을 것이다. 그게 들어갔으니까 흐름이 살았고 두개의 버디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최상호와 임진한은 공히 15~18언더파는 쳐야 우승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프가 생각보단 길지 않고 특히 그린 컨디션이 좋아 볼이 본대로 구르기 때문이었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며 보니 김종덕, 권영석 등 막강한 후배들이 6언더파로 공동선두였다. 그러나 OK. 남이 어떻게 쳤건 이날 자신의 게임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최상호는 즐거이 퍼팅 연습장으로 향했다. 6주연속 경기를 치루며 아무래도 체력에 신경이 쓰이는 최는 "샷 연습"보다는 "컨디션 조절"이 이번 시합의 관건으로 생각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