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현장에선 지금...] (10) '해가 지면 별이 뜬다'
입력
수정
거평그룹은 올들어 지금까지 광고비로 50억원을 썼다. 작년 총광고비가 10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규모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그동안 하지 않던 그룹 이미지광고까지 시작하는등 연말까지 50억원을 추가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광고비를 삭감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나산과 신원은 또 어떤가. 나산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연구기관들의 잇단 보고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하반기 신규채용인력을 작년의 두배인 2백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원도 숙녀복 전문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토털패션업체를 지향한다는방침아래 최근 스포츠웨어와 진(Jeans)으로 사업을 확장키로 했다. 거평 나산 신원등 신흥중견그룹은 경기침체국면을 맞아서도 공격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투자는 원래 불황때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의 투자는 2~3년후 우리그룹의위상을 한단계 더 높여주는 밀알이 될 겁니다"(나선주 거평그룹 기획조정실사장) "명예퇴직등으로 대기업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져서 그런지 우리회사로 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인력보강의 찬스를 맞고있는데 주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이동윤 나산그룹 인사팀장(이사)) 그래서 그런지 한계사업정리나 명예퇴직 같은 감량경영의 모습을 찾아볼 수없다. "공격적 방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만이 눈에 띈다. 나산은 최근 유통그룹으로 제2의 도약을 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영동 나산백화점에 이어 오는 10월 오픈 예정인 광명점을 시작으로 수서 인천 광주등 전국에 2006년까지 크고 작은 90여개의 유통망을 세워 톱클래스의 유통업체로 도약한다는 것. 이를위해 이미 부지선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산은 이와 별개로 대구 마산등지에 (주)나산의 패션전문점을 마련해 올해말과 내년초 영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산이 신규인력 채용을 늘리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산그룹의 올 매출목표는 1조2천억원. 지난해(7천억원)에 비해 무려 70% 늘어난 수치이나 이미 1조원에 근접하고있어 목표달성은 문제 없다고 그룹관계자는 말했다. 거평그룹도 공격경영 일변도다. 올해 강남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데 이어 1천억~2천억원을 호가하는 새한종금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지난 2일 국내 최대 의류도매센터인 거평프레야를 개점했으며 올10월말에는 반도체조립검사업체인 시그네틱스 제2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앞서 거평은 미국 유럽등지에 해외영업지사를 설립하고 수주물량 확보에 본격 착수했다. 거평은 나산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사업확장을 위해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던 작년 하반기와 달리 올하반기에는 1백명을 채용키로 했다. 거평은 올상반기에도 1백50명을 선발했다. 신원그룹은 불황일때 호황을 준비한다는 공세전략의 일환으로 의류부문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주력기업 (주)신원은 최근 골프웨어등 스포츠웨어와 진사업 진출에 맞춰 해외사업부문의 인력을 내수부문으로 재배치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내수불황 타개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과 좋은대조를 이룬다. 신원은 또 일부조직을 통폐합해 피혁사업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생산과 취급품목의 다양화로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게 신원의 전략이다. 신흥중견그룹의 이같은 확대경영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재계일각에서는 이들의 사업확장을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는 자전거"에 비유,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실적만을 놓고보면 신흥중견그룹으로서는 감량경영을 할 이유가 없다. 중견그룹의 공격경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