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아시아M&A 공동대표 조효승씨..'기업을 사고 판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백마를 타고 오는 멋진 남자 리처드 기어는 M&A(기업매수합병) 전문가로 나온다.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을 사들여 이를 쪼개서 비싼값에 팔거나 성장성이 뛰어난 회사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인수하는 기업사냥꾼 레이더스. 첨단직업으로서 큰돈을 굴린다는 화려함이 영화속에 나타난 M&A전문가의 모습이다. 기업을 떡주무르듯이 요리할수 있다는 점도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에서 M&A전문가는 사냥꾼보다는 중개자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아시아M&A 공동대표 조효승씨(31)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창업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고 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려는 사람들에겐자신이 일군 기업을 온당한 값을 받을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경영안내자"라고자신을 소개한다. 조대표가 잘나가던 한국M&A를 그만두고 지난 8월에 아시아M&A라는 회사를 따로 차린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국적 상황에 알맞는 M&A가치관과 방법등을 개발하고 싶어서다. 물론 리스크를 안고 자기책임하에 일해보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M&A세계는 전략과 속임수와 머니게임이 판치는 곳. M&A부티크중 일부는 매수자와 매도자 양방의 정보차이를 이용, 한쪽과 결탁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협상을 끌고가기도 한다. 협상을 일부러 결렬시키고 더많은 중개료를 제시하는 다른 매수자에게 연결시켜주는 부티크도 있다. 심지어는 적대적M&A를 당하는 기업들을 미리 파악해 주식을 매집한뒤 방어에 나선 대주주에게 높은 값에 사라고 협박하는 그린메일(greenmail)전략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M&A중개인이 정당한 경영안내자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는게 조대표의 생각. 때문에 그는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적대적M&A 일감은 절대로 맡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가치창출보다는 개인의 욕심만 채우려고 전횡을 일삼는 대주주의 방어의뢰또한 사양한다. 그대신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할 주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이 기른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일 매도자와 모든 고민을 함께하는 동반자이고자 한다. 기업인수의 손익을 재는 매수자에게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마당쇠 역할을하겠다는 것. 단순히 기업을 사고 파는게 아니라 신용과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욕심으로 조대표는 지금 새로 만든 회사를 알리기에 바쁘다. 전국 100여 기업의 임직원들과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많이 접촉하고 있다. 신용금고 자동차부품회사 중견식품회사 등 3개 업체의 우호적 M&A중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곧 적절한 매물을 개발해 세일즈에 나설 계획이다. 모든게 자리잡히면 내년부터는 매출 20억원이상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아시아M&A의 경영도 색다르게 꾸려나가고 있다. 3인의 공동대표가 회사를 경영하고 상장사 사장과 금융기관장 등 8명을 우선주주로 자본참여시키고 있다. 대다수 부티크가 오너 1인체제인 것에 비하면 조직화가 잘돼있다. 구멍가게인 부티크단계에서 벗어나 파트너십에 기초한 M&A펌(법인)을 키우겠다는게 꿈. 제조업 금융업 등 산업별로 전문화된 정보 네트워크를 따로 세우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요즘 편한 것, 재미있는 것만 찾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돈많이 주는 직장에서 평범한 일을 하다가는 결국엔 이른 나이에 조기감원대상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능력있을 때 열심히 일해야지요"하는 그의 모습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신세대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