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광장] 근로자 경기침체 주범인가 : 희생 강요돼선 안돼

최근 국내 경기의 침체로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200억달러의 경상적자가 예상되며 물가 또한 정부가 정한 4.5%를 넘어섰다. 여기에다 과소비의 계속과 3D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져 중소기업의 관련 분야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국내의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이 있는 동남아지역 이전이 잇따르고 있으니 산업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가장 안이하고도 직접적인 해결방법이라고 믿는 근로자감축 임금동결 등의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상승이 있었다고 하나 그렇게 평면적인 이론만 들추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수준과 비슷한 싱가포르 대만의 경우 교육비와 음식비 등이 현저히 낮고 의무교육의 연한이 길며 복지수준 역시 우리와 비교할 수 없게 높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의 시간당 임금인 7달러는 미국의 17달러와 일본의 21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런데도 그들의 매출대비 광고비와 기술투자는 우리와 정반대의 상황이다. 즉 우리가 광고에 치중할때 그들은 기술투자에 치중하는 것이다. 근로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믿음과 열정속에서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근로자들이 희생되고 경시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사회의 안정이나 경제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기채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