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 이사회제 도입되면...] (1) '3선행장 예고'

======================================================================= 정부는 은행의 책임경영체제 강화방안의 하나로 비상임 이사중심의이사회제도를 채택키로 결정하고 이를 입법예고했다.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 은행들의 입장을 대폭 수용하긴 했지만 새로운이사회 제도는 향후 활성화될 은행간 합병과 맞물려 은행경영에 중대한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상되는 변화들을 5회에 나눠 시리즈로 점검한다. >======================================================================= 지난 95년 2월 금융계는 이종연 전조흥은행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다. 이 전행장은 이철희.장영자사건의 후유증으로 조흥은행이 비틀거리던 91년 취임한 뒤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 조흥은행을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키웠다. 때문에 3연임에 호의적인 여론도 많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질적인 인사적체가 심화될 소지가 높고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3연임불가론을 폈다. 이후 3연임불가 원칙은 금융가에 불문율처럼 굳게 자리잡았다. 이번에 도입된 비상임 이사중심의 이사회제도는 이같은 관행에 쐐기를 박는 것이다. 종전의 은행장 추천위원회제도를 폐지하고 비상임이사들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은행장을 선임하도록 했지 3연임을 하든 4연임을 하든 특별한 규제를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최대은행인 씨티코프의 죤리드회장처럼 "은행장 장기집권"도 할수 있게 됐다. 죤리드회장은 84년이후 줄곧 행장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은행경영을 잘하고 있는데 굳이 갈아치울 까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로선 당장 내년에 임기만료되는 은행장들의 거취가 관심의 대상. 내년 임기를 맞는 9명의 은행장중 정지태 상업은행장 나응찬 신한은행장윤병철 하나은행장 김형영 경남은행장 등 4명이 중임 만료된다. 이들 은행들의 경영실적이 좋은 점을 감안한다면 3연임의 "행운"도 기대해볼 만다. 그러나 초임만료되는 은행장 5명중 일부는 퇴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제까지는 현직행장의 중임이 관행화돼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부실에 상응하는 경영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 제도의 "약발"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길 원하는 금융당국의 의중을 헤아려서라도 이같은 사태는 생길 공산이 크다. 결국 경영이 부실한 은행의 행장은 좌불안석의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제도는 인사위원회에 행장 추천 선임권뿐만 아니라 평가권까지 부여,부실경영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것을 깔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중도 퇴임까지도 각오해야 할 판이다. 이제 "은행장"에 대한 개념은 바뀌게 됐다. 대기업의 오너같이 무소불위의 힘을 누리던 은행장은 이제 ''책임''을 의식해야 하는 전문경영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비전문가인 외부인사가 행장으로 등극할 수도 있고 일선에서 물러나있는 전임 행장들이 다시 경영의 고삐를 거머쥘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박경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바뀐 제도가 잘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은행장을 꿈꾸던 ''2인자''들의 행장행이 좌절될 경우 은행내부의 갈등심화는 물론 인사적체를 더욱 가속화시킬수 있다. 제도정착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