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광고를 보는 시각 .. 윤기선 <한국광고협회 회장>

지금 우리나라에선 정부 기업 언론 할것없이 경제난국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으며 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출부진에 따른 국제수지 적자폭은 최대 2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은 최근 몇 년 이래 최저수준인 6%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며 물가상승률은 5%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반면 2분기 도시가계의 소득은 13.3% 늘어난데 반해 지출은 17.2% 증가해 국민의 과소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기업들의 과다한 접대비와 광고비가 과소비를 부추기고 물가상승을 초래한다하여 이를 과다하게 지출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세무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소식에 접하면서 국가산업에 있어서 광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기업이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활동을 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수요를 발견하고 이에 대응하는데 있다. 구매력에 걸맞는 건전한 수요는 시장경제의 근간이 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자산을 평가할 때 통상 1달러의 연구개발비 및 광고비를 지출하면 각각 5달러 및 9달러어치의 영업권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물론 광고로 인한 일부 소비자의 충동구매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구매성향을 갖고 있다. 더욱이 광고는 수많은 상품들 에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광고가 소비자를 충동해 원하지도 않는 구매를 하게 한다는 의견은 광고의 본질은 왜곡시키는 시각이라고 생각된다. 광고의 정보제공 기능을 통해 제품이 많이 팔리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기업으로 하여금 제품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제품 자체외에도 광고를 통해 형성된 그 제품의 이미지도 즐길 수가 있어 광고가 부가가치의 생산없이 제품가격만 인상시킨다는 일부의 의견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광고가 때로는 소비자의 욕구(Needs)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지 없는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소비자의 욕구를 개발하는 것도 소비자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충족시키자는 광고의 목적하에 이뤄지는 것이므로 소비자의 바람직하지못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혹시 소비자의 욕구가 건전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시민의식 개혁운동의 차원에서 검토해 볼 일이다. 따라서 광고비와 관련해서 정부가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인식한데서 나오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불황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광고비 축소는 물론 인원감축 등 전례없는 감량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현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 는 대증요법적 처방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실물경제에 속해있는 기업인들의 바람이다. 어떠한 사회현상도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며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없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불태워서는 안되며,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회계적 시각에 입각해 광고비 지출을 비용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재고되어야 할 일이다. 광고비는 비용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 투자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 개념이다. 더욱이 매출액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는 것은 광고비 투자를 매출액 증가의 수단이 아니라 결과로 잘못 인식하는데서 비롯된다. 불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기업에 있어서 똑같이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가 광고비를 축소하는 때야말로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기업에서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무조건적인 광고비의 축소보다는 그 기업의 전체마케팅목표와 전략을 고려해 광고비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우리기업들은 지금 안마당에서 메르세데츠 벤츠, 도요다, 제너럴일렉트릭,IBM, 리바이스, 나이키 등 세계적 브랜드들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상품들은 품질 뿐만아니라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광고투자에 의해 축적된 브랜드자산에서 우리상품들보다 경쟁우위에 있다. 따라서 지금의 경제불황을 타개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우리기업들의 브랜드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오히려 마케팅 광고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대경쟁(Mega Competition)시대에서는 정부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야말로 국가경쟁력 강화의 관건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경제체제의 자율기능을 보장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세워져야 한다. 광고를 비롯한 기업의 마케팅활동도 이에 포함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광고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