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일터로] (27) 제4부 : 점검 <4> 직군별 인사관리

지난 9월5일 신낙균의원을 주축으로 한 국민회의 의원들은 남녀고용평등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금융노련등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할 예정이다. 법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간접차별금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를 남녀차별로 보고 이를 금지시키자는 것이다. 여성계에서 간접차별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금융권에서의 직군별 관리제도, 이른바 신인사제도다. 남녀고용평등법에 간접차별금지조항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직군별관리제도 때문이다. 직군별 관리제도는 직무에 따라 직원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대부분은 복잡하고 종합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종합직)과 단순반복적이며 보조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직군(일반인)으로 나누어 직군별로 임금과 승진을 달리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충실한 제도다. 직무에 따라 노동의 질과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임금이나 승진을 달리하는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계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우선 여성이 선택하기 어려운 조건을내세워 여성들이 종합직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종합직일 경우 전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 이 때문에 여성들은 결과적으로 임금과 승진에서 불리한 일반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직군간에 직무의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종합직이나 일반직이나 하는 일은 비슷한데도 여성이 대다수인 일반직을 불리하게 대우한다는 것이다. 직군간 이동이 봉쇄되어 있다는 점도 이 제도가 남녀차별적이라는 증거라고여성계는 말한다. 시험을 통해 직군간 이동이 가능하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그 장벽이 높기때문에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이 제도가 전혀 남녀차별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선 종합직이냐.일반직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의사결정의 문제라는 것. 결과적으로 여성들 대부분이 일반직을 선택하였다고 해서 이를 남녀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근이라는 근무조건을 붙여 여성들이 종합직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남자라고 특별히 전근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실제로 전근을 직군선택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곳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한다. 직군간 직무의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두 직군간 업무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직군간 이동시 시험을 보게 하는 것도 다른 직군의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직군간 이동을 봉쇄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금융권이 직군별 관리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남녀를 구별하던 행원 여행원제도가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결나자 행원은 종합직으로, 여행원은 일반직으로 이름을 바꾼 것에불과하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그 한 예로서 과거 여행원이 하던 일을 지금은 일반직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쪽의 입장은 또 다르다. 과거 성별이나 학력별로 임금과 승진을 달리하던 것을 직무별로 달리하는 것으로 바뀐 것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 직군별 관리제도는 보다 합리적이며 남녀평등적인 인사제도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직군별 관리제도를 둘러싼 갈등은 어디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직군별 관리제도의 해법은 이 제도가 갖고 있는 합리성은 인정하되, 이 제도속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는 방향에서 찾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직군을 가르는 조건이 직무와 관계가 있다면 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직무와 관계없이 특정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를 성차별인 것으로 간주하여 금지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전근을 둘러싼 논의도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간접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도 개정되어야 할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개정안처럼 간접차별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인정해 직군별관리제도 자체를 금지시키기 보다는 간접차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여 직군별관리제도의 합리성은 인정하되 성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