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일터로] (27) 제4부 : 반대 .. '합리화는 명분'

김영주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인사제도를 실시하고 있거나 신인사제도 도입을 추진중인 기업들은 그 명분으로 하나같이 경영합리화 및 인사관리제도의 개혁을 내세운다. 하지만 기업들이 신인사제도를 만든 본래 의도는 이같은 명분에 있지 않다. 신인사제도는 분명 새로운 형태로 남녀를 차별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제도이다. 기업들이 신인사제도를 만든 의도가 새로운 형태의 남녀차별에 있다는 것은최근 신인사제도를 도입한 한 금융기관의 실태를 보면 쉽게 드러난다. 금융기관에서 남녀직원의 업무는 동일하며 단지 직급에 따른 업무의 차이가있을 뿐이다. 계이동이나 인사이동을 통해 여직원이 하던 업무가 남직원에게 돌아가고 남직원이 하던 업무가 여직원에게 돌아가는 것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금융기관에서 남직원과 여직원의 업무 분리를 전제로 한 직군의 분류 따위를 도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금융기관에서는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여직원 대상 직군과남직원 대상 직군을 분류해 놓고는 여직원이 선뜻 남직원과 같은 직군을 선택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여직원 대상 직군이 급여가 낮고 승진이 제한되는 등 여러가지 불리한 여건이지만 남직원 대상 직군을 선택할 경우 여직원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숙직이나 연고지외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금융기관에서는 신인사제도를 도입한 후 실시된 인사에서 남직원과 동일한 직군을 선택한 여직원중 기혼 여직원만을 골라 연고지외 지방으로 발령을 냈다. 기혼 여직원의 경우 연고지외 지방으로 발령을 낸다는 것은 업무와는 상관없이 사표를 내라는 이야기나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여직원들은 실제에 있어서는 남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급여가 낮고 승진이 제한되는 낮은 여직원 대상 직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신인사제도는 직무와 상관없는 제도로 남녀고용평등법이 실시되어 여직원의 임금이 남직원과 같아지자 교묘하게 임금과 승진에서 여직원들을 차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신인사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