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콜마시와 묘지세 .. 양봉진 <국제1부장>

또 한번의 추석이 흘러갔다. 온 나라를 어수선하게 만들어 놓은 북한 공비도 조상을 찾는 성묘행렬에 찬물을 끼얹지는 못했다. 누가 추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올해 추석연휴중에 움직인 사람이 2,900만명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국민이 조상의 묘앞에 제단을 마련하고 절하며 그간의 음덕을 기린 셈이다. 콜마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인근에 위치한 소도시이다. 이 작은 마을이 우리 한국인들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 마을에 널려있는 공원묘지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의도 3배 크기에 불과한 콜마시의 3분의 2가 공원묘지라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시 전체가 묘지로 덮여있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콜마시의 단위면적당 묘의 수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기는 마찬가지. 콜마시에 사는 주민 한 사람당 묘 1,000기가 들어서 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만다. 한사람의 망자를 기리기 위해 서너 사람만 성묘차 이 마을을 방문하더라도 이마을 주민 한사람이 상대해야 할 외래인의 숫자는 3,000~4,000명으로 불어난다. 미국에도 우리처럼 추석을 맞아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 다니는 풍습이 있다면 콜마시는 이미 오래전에 쑥대밭이 되어 있을 것이 뻔하다 1914년까지만 하더라도 콜마시는 한가한 시골농촌에 불과했다. 그러나 콜마시와 이웃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인구증가로 비좁아지고 이에따라 땅값이 치솟자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공원묘지 신설을 금지해버렸다. 자연히 망자들은 근교 콜마시로 모셔지게 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묘지도시 콜마로 이어진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최근 콜마시 주민중 일부가 한가지 흥미있는 제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공원묘지회사들은 묘 1기당 매년 5달러씩 묘가 유지되는한(영원히)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 이 제안의 골자다. 매년 5달러씩 내야 할 세금을 일시불로 낼 경우 (년이자가 10%이고 이자율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가정아래)공원 묘지회사들은 시에 묘 1기당 50달러 정도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 세금이 유족들에게 장례비로 추가돼 전가될 것은 뻔한 일이다. 콜마시의 묘지세제문제가 전혀 엉뚱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묘지문제에 관한한 우리의 코가 석자나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묘는 총 1,960만기로 2,000만기에 가깝다. 국토의 1%정도가 묘지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해마다 20여만기의 묘가 새로 생겨 여의도 넓이의 땅이 묘지로 바뀌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0년에 이르면 서울등 대도시근교는 묘지 쓸 자리를 더 이상 찾기 어려워지고 지방 중소도시도 2005년이면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바뀌리라는 것이 관계당국의 예상이다. 물론 묘지의 지속적 증가가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산업용지확보등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기도 한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콜마시를 바로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게 될 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강토가 금수강산은 고사하고 묘지로 뒤덮인 묘지강산이 될 판이다. 보다 못해 정부의 화장과 납골당을 장려하고 있지만 일반국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71년 7%에 머물렀던 화장률이 95년에는 22%로 늘어 다소나마 장례형식에 대한 국민의 의식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의 97%, 태국 90% 그리고 영국의 68%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묘지문제는 국민적 인식변화없이는 풀 수 없는 난제중의 난제다. 모 당총재가 최근 부모의 화화분묘를 새로 꾸미고 이장한 사실이 크게 보도되는 상황에서 일반국민들에 대한 화장장려는 그 자체가 쑥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콜마시처럼 묘지세를 부과하는 일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묘지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묘수가 아님은 분명하다. 비싼 세금을 물고라도 호화분묘를 쓰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또 그 자체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시할수 있는 수단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에 있는 예정인 묘지세에 대한 콜마시 주민들의 표결은 삶과 죽음, 그리고 현세와 내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다. 먼 나라의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지만 콜마시의 묘지세당은 우리나라의 묘지문제해결을 위한 타산지석이 될수도 있으리라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