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발전 민관협력회의] (15) '피혁' .. 토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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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혁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기술개발과 전문인력양성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 학계 정부대표들은 7일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피혁업계가 선진국과 개도국사이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며 기술개발 등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등 개도국들의 추격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중저가위주에서 중고가위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업계는 이를 위해서 전문대등에 제혁학과를 대거 신설, 전문기술인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경험 많은 장인들을 대학에서 교수로 초빙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피혁의 부산물과 폐기물 등의 재활용기술 개발에 보다 치중,국제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을 내다봤다. 이와함께 상어피 가오리피 등 신소재개발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측에서는 교육부와 협의, 전문대학내 학과설립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지방신용보증회사를 각 지역별로 설립, 중소피혁업체들의 신용융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피혁업계는 90년대들어 이탈리아 등의 고가제품과 중국 브라질의 중저가품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회의에서는 피혁업계가 해외시장에서 제품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특히 제품의 가격 품질과 서비스면 등의 경쟁력을 분야별로 집중 분석,해결방안을 강구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해외시장에서의 한국 피혁산업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이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박종엽 조우교역사장 =세계피혁시장의 판도를 보면 고가제품은 이탈리아가 석권하고 저가시장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중가제품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나 개도국 등 후발주자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의 뒤를 쫓고 있어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종국적으로는 고가제품위주로 전환, 선진국들과 세계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제품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판매형태도 바뀌여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에이전시가 판매를 전담하고 생산자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생산자가 판매까지 겸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에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전종현 JC페니사 한국지점장 =먼저 저희 회사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는 미국의 대형백화점업체로서 한국으로부터는 생활용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35가지 생활용품을 수입하는데 이중 가죽제품이 25%인 4천7백만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한국에서의 가죽제품 수입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죽의 경우 89년까지 미국에서 수입한 10장중 7장정도가 한국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0장중 채 2장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임금으로 인한 제품경쟁력상실이 주요인입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중저가 물량위주로는 전망이 없습니다. 중저가위주에서중고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기술투자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합니다. 기술투자의 경우 피혁처리기술 등에 집중적으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우교역의 박사장은 특수처리기술로 박스킨이라는 톡특한 제품을 개발, 우리회사에서도 연간 2천만달러이상을 수입해간 적이 있습니다. 중저가위주에서 중고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죽을 다양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있어야 합니다. 박장관=박스킨이라는 제품에 대한 외국에서의 호응도는 지금도 여전합니까. 박종엽 조우교역사장 =박스킨은 원래 제성인 박을 따서 지은 이름이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통칭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기존에는 와일드한 패턴으로 박스킨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쪽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품명도 이븐박으로 변경했습니다. 소비자들의 기호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재길 통산부무역정책심의관 =우리나라의 피혁원단 수출현황을 보면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소가죽이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소가죽의 비중이 높습니다. 다음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전체의 75%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피혁원단중 80%이상을 직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혁제품의 수출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시장의 경우 중국제품이 전체수입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는데 비해우리는 2.8%정도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저가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중국에 비해 2배이상 높다는 것입니다. 박장관 =다음은 한국 피혁산업의 기술수준과 제고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무하 서울대동물자원학과교수 =기술력은 인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국내제혁기술은 일제시대부터 농대에서 지도해 왔습니다. 본격적인 교육은 60년대 종합대학의 농대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70년대이후부터는 화학과 화공학과 출신 위주로 제혁업계에 대거 진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무리 공정의 노하우인 염색과 도장기술의 노하우가 중요하게 됐기때문입니다. 문제는 정작 제혁공부를 한 인력들은 제혁업계에 별로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중대한 기술발전의 장애용소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문대에 제혁학과를 설립해도 가르칠 전문가가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전문기술인의 고갈상태에 다다랐습니다. "피혁의 품질은 빔하우스에서 결정된다"는 서양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이 초기공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염색과 도장분야에만 지나치게 치중해 왔습니다. 이제는 전공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때입니다. 중소업체들은 조합 등과 연계, 기술의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되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서양에서는 일반화 된 부산물이나 폐기물의 재활용기술 개발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됩니다. 한상덕 오산공업전문대교수 =요즘 세계는 "모든 병운 발로부터 온다"라는명제아래 보다 인체공학적인 제화개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깜짝 놀랄 애기지만 인간공학과 보행공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매우 타당한 이론입니다. 인간은 걸어갈때 오리나 타조와 같이 터벅터벅 걷는 것이 아니고 앞굽과 뒷굽을 단계적으로 사용합니다. 가죽은 물론 중창 밑창의 유연성이 제화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구두는 몸을 지켜주는 도구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처음부터 인체공학적인측면을 너무 외면해왔습니다. 세계의 제화업체들은 보다 가벼보 부드러운 신을 만들어야만 팔리는 감촉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제는 이분야를 연구할 인력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관료주의적인 풍토는 이러한 인력양성의 노력을 무산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전 우리학교에서는 50년이상의 경력을 가진 한 전문가를 대학의 교수로 초빙, 인재양성에 전념케하려고 했으나 교육부가 반대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끝으로 상어피 가오리피 등 어류가죽을 이용한 피혁제품개발에도 적극 나서는 것도 경쟁력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민병욱 한국신발피혁연구소연구실장 =우리나라의 피혁기술이 선진국과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생산기술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디자인과 제품개발력 등에서 선진국에 뒤져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분야가 뒤떨어지는 이유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서입니다. 피혁업계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대비 0.06%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선진국제품의 모방품이거나 바이어가 제시한 샘플을 제조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문연구기관의 활성화를 통한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재개발과 폐기물재활용기술등의 연구를 중점추진중입니다. 박영기 기술품질국장 =우리의 원단제조와 가공기술은 선진국의 60%수준입니다. 특히 패션상품의 소재개발력은 크게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원단소재나 소재디자인 등을 활발히 개발, 패션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산학연공동연구 등을 통해 피혁가공기술 등을 적극 개발, 선진국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박장관 =다음은 한국의 피혁산업의 미래에 대해 진단해 보겠습니다. 이인태 조광피혁회장 =한국이 소품종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해온 것은 OEM방식에 주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거대화된 기업규모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자가브랜드가 없는 국내업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외국의 전문기술자를 영입, 기술력을 확보해도 이를 받쳐주는 중간기술자들이 태부족, 기술발전이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공해시설이라든가 관세 등에 있어서 업계에 상당한 혜택을 주고 있는 일본 이탈리아 등과 같이 우리나라도 업계발전을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기 바랍니다. 김영종 경우사장 =피혁제품이 아직 확산되지 않은 중국 러시아 등 저소비국들의 공략에는 대량생산을 하는 한국이 훨씬 유리한 실정입니다. 또 상당한 경험과 기술력 등으로 무장한 우리업체들이 저개발국과의 경쟁에서 아직도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노동력이 원활히 공급되고 폐수처리 등 기술적인 분야만 보완된다면 피혁산업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한광동 서광회장 =피혁산업은 노동집약적산업이 아니라 기술집약적 장치산업입나다. 문제는 전문인력이 태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안경쓰는 사람보다 구두신은 사람이 훨씬 많은 데도 제혁학과보다 안경학과가 훨씬 많은 실정입니다. 정부에서 적극 나서 전문인력양성소를 대폭 설립해 줬으면 합니다. 박장관 =업체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실무담당자들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고재영 환경부수질정책과장 =환경문제는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는 소규모업체들끼리 협력 부산물이나 폐기물재활용문제 등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서사현 통상산업부생활공업국장 =외국인 인력이탈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그 대책을 마련, 시행중입니다. 전문대학설립문제도 교육부와 협의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확대를 위해 지역별로 신용보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박장관=오늘은 피혁산업에 대한 기술경쟁력강화를 위한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남보다 앞서가는 기술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인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고 기업인과 근로자가 공참,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업계 학계 정부 등 3주체가 삼위일체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 21세기를준비해 나갑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