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KDI의 공공부문 감원 건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공부문의 단계적인 감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매우 주목할 만 하다. KDI가 단순히 하나의 연구기관이 아니라 정부를 대신해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던 기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9일중 정부에서 발표할 경쟁력제고방안에 KDI주장이 어느 정도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직 알수없으나, 공공부문 인원감축론이 공공부문내에서도 일고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가장 확실한 규제완화는 규제의 주체라고할 행정조직과 인원의 정비다. 공공부문, 정부조직의 특성은 "의자가 의자를 늘린다"는 이른바 퍼킨슨의 법칙이 그대로 지켜진다는 점이다. 인원이 늘고, 그인원이 별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규제)을 찾아내고, 또 그래서 인원을 늘리는 꼴이라는 지적은 결코 설득력이 없지않다. KDI는 규제완화를 위해 위원장이 스스로 위원회를 해체해버린 미국 민간항공위원회(CAB)의 예를 들었지만, 과연 우리나라에는 업애도 좋을 정부기관이 없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에도 내무부조직이 그전처럼 방대할 이유가 있는지, 문화체육부 공보처 보훈처는 과연 현행대로 둬야하며 교육부의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는 없는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정부들어 현판을 단 해양부와 중소기업청도 그런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작은 정부"와 규제완화는 김영삼대통령의 공약이다. 경제기획원원과 재무부, 건설부와 교통부의 통합등이 그런 취지에서 이루어졌고 규제완화가 되풀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솔직히 말해 미흡하다. 공무원수가 92년말보다 1만8,000명이나 늘었다는 점도 그렇다. 지난 85년부터 92년까지 공무원수가 매년 2만5,000명꼴로 늘어났던 것과 비교해 볼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할지 모르나 국민들의 일반적인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갖가지 형태의 민간부문 감량움직임을 공공부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공무원 복수직급제도입 공기업부문 상위직급 정원조정 등으로 공공부문의 직급인플레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등에서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공공부문의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조직은 물론이고 예산규모로 따져 정부의 1.4배나 되는 공기업부문의 조직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부조직을 순수한 정책입안부서와 집행.사업부서로 구분, 후자에 대해서는 공기업화 또는 민간이양을 추진하고 기존공기업은 빠른 시일내에 민영화하자는 KDI주장은 경청할만 하다. 또 조직정비와 별도로 신규 규제실명제 기존규제준업체도입과 규제심판소신설 등으로 대폭적인 규제축소를 추진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규제,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토지이용및 공장 신.증설에 대한 복잡하기 짝이 없는 각종 규제가 없어지거나 완화돼야 한다는데 반론이 있을리 없다. 문제는 이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다. 조직을 없애는 진통을 각오하고 다시 원점에서 규제완화에 나서길 기대한다. 정부부문의 비효율, 규제로 인한 국민경제의 비용이 해결되지 않는한 경쟁력제고는 공염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