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첨단기술력 승부 "의지"..한화, 중장기비전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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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반도체와 위성통신 등 기존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정한 것은 그동안의 그룹전략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 관계자가 이번 중장기사업계획 발표를 계기로 "첨단 및 소프트사업"을 키워드로 한 사업구조고도화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 주목된다. 사실 사업구조 조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화는 화약 에너지 종합화학 등 장치산업만으로는 21세기형 대기업그룹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90년대초부터 기존 사업방향의 조정을 검토해왔다. 올들어서는 장치산업부문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레저.유통과 금융 비제조업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었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에서 적극 육성키로 한 비제조업 부문이 제조업 기반이 없다는 자체 분석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 위성통신등 부문을 모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날 내놓은 신규사업 진출계획은 그동안의 검토해온 21세기 사업전략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장치산업은 세계화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내에서는 레저.유통등 고수익사업을 전개하는 기존의 전략에 "첨단"부분을 더한 것이다. 한화는 특히 반도체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주력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의 사업구조조정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종합화학사들이 정밀화학부문을 강화하면서 화합물반도체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며 실리콘반도체 보다 6배 빠른 속도로 S램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화합물반도체 사업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미 일본의 아사히가세이사 쇼와덴코사등과 상당 수준의 기술제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기술축적 문제는 해외의 기술력있는 하청업체를 적극 활용하면 생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한화측의 설명이다. 생산기지의 경우도 미국 영국등에 현지사업체를 인수하거나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미 청사진을 마련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위성통신분야에서도 한화는 현재 영상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컴의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 위성방송사업권 획득뿐 아니라 해외위성방송에 지분 참여를 추진하는등 세계화전략을 적극 추진한다는게 한화의 전략이다. 한화는 이날 반도체 등 신규사업외에 유통 레저 건설 해외 농업투자등 각종 청사진을 함께 내놓았다. 모두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제조"와는 상관이 없는 부문들이다. "첨단"분야에 새로 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중에는 "소프트"부문을 확충한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같은 사업구조고도화 전략은 김승연회장이 최근 일본의 손정의씨등을 만나면서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회장은 일본의 화학기업들이 화합물반도체등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꿩도 먹고 알도 먹게 되는" 변화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쨋든 한화는 창립 44주년을 계기로 그룹사업구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지난 94년부터 추진해온 경영혁신운동인 "제3의 개혁"이 화약화학 및 에너지에 이은 제3의 사업구조조정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맺을 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