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세상] '컴퓨터 글꼴 이제는 수출도 한다'

컴퓨터에서 보다 멋있고 아름다운 한글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뜨겁다. 한글창제 550돌이 지난 지금 컴퓨터에서 한글을 표현하는 한글글꼴(폰트)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글꼴 자체가 명조체나 고딕체와 같은 전통적인 글꼴에서 출발, 필기체등 패션감각이 들어간 신글꼴로 다양해지고 있다. 또 이를 프린터등에 정확하고 빠르게 표시하는 이른바 글꼴환경 기술개발도 활발하다. 8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글꼴 전문업체들의 기술개발과 전자출판시장 확대를 바탕으로 한글글꼴 시장이 착실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25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한글글꼴시장에는 한양시스템 서울시스템 윤디자인연구소 태시스템 휴먼컴퓨터 소프트매직 양재미디어 엘렉스컴퓨터등 10여개 업체가 진출해있다. 이들 업체들이 내놓은 한글글꼴은 중복되는 글꼴을 제외하고도 무려 400여종에 달한다. 한글글꼴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쓰던 시절을 지나 자급자족은 물론 이제는 일본어 글꼴까지 수출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게 업계의 자평이다. 서울시스템의 경우 일문부성과 일IBM등 6~7곳에 일본어 글꼴을 수출하고 있다. 한글글꼴의 70%이상이 전자출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매킨토시 컴퓨터용이지만 IBM호환 PC용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IBM호환 PC용의 경우 한글프로96등 워드프로세서에 번들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글꼴을 CD에 담아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게 추세이다. 올해초에 나온 한양시스템의 묵향과 서울시스템의 로얄폰트1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스템은 또 내년 상반기에 디자인감각이 숨쉬는 신글꼴만을 패키지로 모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화체육부도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9종의 한글글꼴을 CD에 담아 무료배포하기 시작했다. 글꼴자체뿐 아니라 이를 제작하거나 프린터에 출력시키는 소프트웨어등의 글꼴환경기술도 국산화단계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스템은 일본후지쓰와 함께 글꼴환경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글꼴을 잘게 쪼개 표현하는 이 기술은 매킨토시 컴퓨터의 한글운영체계에 적용될 예정으로 복잡한 모양의 동양권 문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자가 작아지더라도 뭉개지지 않으며 한글을 포함해 9,000자에 이르는글꼴 1세트를 쓸때 필요한 메모리가 종전의 6메가 바이트에서 2메가바이트로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글꼴 출력 속도도 종전보다 10배로 높여준다. 서울시스템은 이 기술을 적용한 한글글꼴 8종을 개발, 빠르면 연말께 내놓을 예정이다. 한글글꼴은 최근 인터넷의 확산으로 큰 변화에 직면해있다. 인터넷 문서표준인 HTML에 따라 한글을 표현하면 위아래가 밀착돼 읽기 힘들어진다. 영문은 행간여백이 있어 이같은 문제가 없다. 한양시스템은 이에따라 행간여백을 글꼴 내부에서 처리한 웹전용 글꼴인 "웹바탕"을 제작했다. 인터넷이 개인출판 시대를 열면서 한글글꼴에 웹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