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도 '기업형 관리' 시대 .. '아마게돈' 백서 나와
입력
수정
창업투자사 자본으로 제작된 첫영화로 관심을 모았던 "아마게돈"의 기획에서 제작 배급등 전과정을 정리, 분석한 백서가 발간됐다. "아마게돈"의 최대 투자자인 신보창업투자가 펴낸 이 백서에는 제작비 확보과정부터 자금운용, 흥행수입 분석, 세금처리등 "아마게돈"제작에 관련된 모든 내용이 상세한 수치와 함께 수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기업의 영화투자방안까지를 제시해 영상산업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백서를 잘 활용, 철저한 재무관리와 신기술 도입, 과학적인 수급예측등을 곁들이면 영상산업의 체질강화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이 백서에 따르면 "아마게돈"은 흥행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자금운용이나 제작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예견된 손실을 최대한 줄일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94년부터 기획된 이 영화에는 신보창투 미리내소프트웨어 LG전자등 12개 투자자가 25억원을 제공했다. 올해초 개봉된 이래 지금까지의 수입은 13억8,700만원. 제작기간이 2년이상 걸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었고 국내 흥행부진으로 11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계약을 앞둔 세계판권수출금액 3억원과 캐릭터상품 추가매출 1억원,비디오판매에 따른 러닝개런티 1억원등을 포함하더라도 5억원정도의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실이 분산돼 실질적인 타격은 적었으며, 참가기업들은 예상밖의 홍보효과까지 얻어 "수업료치고는 싼 지출"이었다고 자체평가했다. 수입면에서는 극장입장료(3억7,000만원)보다 게임.캐릭터상품및 비디오판권료(9억200만원)가 훨씬 많아 애니메이션영화의 파생상품 가능성이 입증됐으며,이에 따라 투자의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화가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바뀐 뒤 만들어진 첫작품인데다 막바지 음향작업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국내기술로 충당하고, 회계관리등 기업경영기법을 처음 도입해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무형의 소득도 컸다는 분석이다. "아마게돈" 경영지원팀 관리부장으로 일한 신보창투의 김종완씨는 "보통예금에 들어있던 제작비 8억원을 단자사의 요구불예금으로 옮겨 1억원의 이자수입을 올렸으며 여러가지 지출항목도 표준화시켜 종래 영화제작시 관행적으로 들던 거품비용을 줄였다"고 밝혔다. 경영분석팀은 앞으로 영화자금 조달은 벤처캐피탈의 공동투자방식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곳에 제작비를 집중투입하는 것보다 자금을 여러 편에 고루 나눠주는 이른바 "복수프로젝트"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3~5개 창투.금융사가 일정비율씩 투자한뒤 이 자금을 몇편의 영화제작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것. 투자액으로 볼때 한 회사가 1편의 영화에 투자할 때와 다름없지만 흥행결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안정된 지출이 가능하고 손실도 그만큼 적어진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통합관리와 부문별 항목관리가 병행되면 낭비요소가 줄어들고 영화개봉 뒤에도 후유증이 덜하다는 게 장점. 현재 이같은 방식의 투자와 기업형 관리를 추진중인 곳은 기은개발금융과 일신창투, 장은창투, 동양창투등 10여개에 이른다. 남대우신보창투대표는 "백서의 분석을 바탕으로 영상산업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창투사나 기술금융사들이 양질의 자본을 모아 공동투자한다면 머잖아 엄청난 과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