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선택은 역시 원전밖에 없다

지난19일 준공된 영광원전 3,4호기는 대규모 발전설비 완공이라는 1차적 의미이외에 한국의 독자적인 원전기술능력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그동안 건축허가문제로 착공이 지연돼온 5,6호기의 기공이 함께 이뤄져 그 의미를 더해준다. 영광 3,4호기는 지난 89년6월 착공, 총공사비 2조8,339억원, 연인원 1,250만명이 투입돼 7년여만에 준공된 것으로 단위기 용량으로는 국내최대인 100만 급이다. 이번 영광 3,4호기의 준공으로 한국은 모두 11기의 원전설비를 보유한 세계 10대 원전국의 자리를 굳히게 됐다. 원전설비 용량은 총 961만6,000 로kW 전체발전설비용량 3,572만kW의 27%를 차지해 주전력공급원으로서의 자리도 확고히 굳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내용은 이 설비가 우리의 원전기술자립도를 95%까지 높인 한국표준형원전의 기본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는 원전사업의 해외진출과 대북경수로 건설의 밑바탕을 다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영광 3,4호기의 성공적인 준공과 가동을 축하하면서 한전 한국중공업 현대건설등 관계기관과 업계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를 계기로 우리는 장래의 원전건설사업 추진방향과 계획등을 다시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이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아직도 높다. 따라서 이를 불식시키지 않고는 성공적 추진이 불가능하다. 원자력발전은 건설비용이 많이 들지만 일단 가동에 들어가면 발전비용이 석탄 석유등의 화력발전보다 훨씬 싸게 먹히고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우수성이 인정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발전설비용량 기준, 원전비중을 지금의 27%에서 33.1%까지 높일 계획으로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앞으로의 발전설비확충은 원자력중심으로 추진돼야 하고 이것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문제는 안전성에 대해 보다 확고한 신뢰를 심어주고 지역주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안전기술의 확보와 완벽한 운전능력의 배양등이 중요하다. 안전은 완벽해야하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원전안전에 대한 민간감시기구의 발족을 통해 주민스스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주민들에게 원전운영에 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신뢰회복의 좋은 방도가 될 수 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또 하나의 난제인 핵폐기물처리방안에 대한 확고한 방향제시도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다. 부지선정문제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거쳤으면서도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안전에 대한 확실한 비전제시와 함께 원전건설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의 확충등이 뒤따른다면 과도한 지역이기주의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