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감원의 '생색내기'

*** 박주병 증권감독원이 증권기관중에서 처음으로 경쟁력 10%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증권회사를 감사할때 받는 검사수수료를 받지 않고 예산을 동결한다는게 주요골자이다. 언뜻 보기엔 증권회사에 커다란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증감원의 경쟁력 10% 제고 방안은 실질적인 효과보다 모양내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이번 조치로 증권사나 기업체들이 입는 혜택은 극히 미미하다. 증감원은 검사수수료와 발행수수료 감리수수료부문에서 모두 37억여원의 비용을 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감리업무는 없어지는게 아니라 공인회계사회에 넘어가게되므로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증감원은 마치 감리수수료도 폐지되는 것처럼 모양을 냈다. 증권업계에선 이런 식의 모양내기보다는 우리증시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때라는 반응이다. 예컨대 방만한 증권유관기관을 효율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모은다. 증권유관기관이 우리나라처럼 많고 비대한 나라도 없다는 얘기다. 감독원과 거래소 그리고 예탁원 증권전산 등에는 모두 2천여명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식을 보관하는 예탁원만 하더라도 직원이 6백명에 달한다. 주식을 찾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무권화제도를 도입하고 인건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은행과의 이해관계로 전혀 진전이 없는상태다. 이들 기관은 주로 투자자들의 수수료로 지탱되는데 그 액수가 엄청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연간 거래수수료의 10%에 해당하는 2천억여원을 챙겼다. 수수료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공모주 청약예금을 활용해서 증권사나 투신사에 대출해 주는 증권금융도 마찬가지이다. 증권유관기관의 정비나 효율화방안이 물론 증감원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렇다고 증시의 하부구조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모양내기에 급급한 증감원의 경쟁력제고방안은 우리증시의 위상을 드러내는것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